[김남주의 새로 쓰는 CEO 법률 상식] 중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동의 약정 위반시, 투자금 조기상환 계약은 유효할까?
[김남주의 새로 쓰는 CEO 법률 상식] 중요 경영사항에 대한 사전동의 약정 위반시, 투자금 조기상환 계약은 유효할까?
  • 정희채
  • 승인 2022.02.10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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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신주인수계약 상 사전동의, 조기상환, 위약벌 약정은 주주평등 원칙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시
투자자, 무효될 경우 투자금 회수 위한 안전장치를 상법 내에서 새로 만들어야
투자계약서 전면 재검토해 대한민국 법체계와 법정신에 맞게 수정해야

[스마트경제] 누구나 한 번쯤은 기업의 총수 또는 크지는 않지만 작은 회사의 대표가 되기를 꿈꿔 봤을 것이고 실제 이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CEO가 되기 위해선 금전적인 문제는 기본이고 사업과 관련된 여러 가지 규제나 관련 법들을 알지 못한다면 회사를 설립하더라도 여러 가지 난관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토지나 건물 등 관련 사업을 하려면 부동산과 관계된 법을, 재무관리와 연계한 사업이라면 기본적으로 회계, 세무 관련법 등은 알고 있어야 한다. 최근 변경된 중대재해법 같은 경우도 CEO가 꼭 알아야 할 내용이다. CEO가 알아야 할 중요 법률 내용을 법무법인 도담의 김남주 변호사가 스마트경제에 연재한다. [편집자 주]

항상 자금이 부족한 창업자는 투자자를 찾아다닌다. 창업자가 운 좋게 투자자를 찾았더라도 투자자가 내민 계약서는 복잡하고 파트너라기보다는 갑과 을 관계라고 느낄 때가 많다. 

반면 투자자는 창업자가 능력 있고 사업이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더라도 투자금 회수를 위한 담보물이 없는 상태라며 투자금 회수를 위한 최소한의 다른 안정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것이다.

투자자의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고안된 투자계약 규정 중 하나가 상환전환우선주 인수계약서에 중요 경영사항에 대해 사전통지, 사전동의, 위반시 조기상환 청구, 위약벌 규정이 그것이다. 

최근 서울고등법원은 신주인수계약상 사전동의, 조기상환, 위약벌 약정이 무효라고 판시했다. 이 판결로 인해 투자자는 회수에 대한 불안감이 더 커졌고 창업자는 그나마 공정해 졌다고 느낄 것이다. 

서울고등법원이 이런 계약조항이 무효라고 판단한 이유는 간단하게 설명하면 우리나라 상법 등 관련 법규정과 맞지 않고 주주를 평등하게 대하라는 주주평등원칙을 위반했다는 이유다. 

이 사건의 재판부는 주주평등원칙을 위반해 일부 주주에게 우월한 권리를 부여하는 약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라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우리 상법은 주주평등원칙의 예외로서 종류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지만 종류주식도 배당, 상환 등에 있어서만 차등을 둘 수 있다고 했다. 

그런데 이 사건 신주인수계약상 사전동의, 조기상환, 위약벌 약정 같은 투자자의 우월적 권리는 상법이 허용하고 있지 않은 (종류)주주의 권리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약정은 상법상 주주평등원칙을 위반해 무효라고 한 것이다.

해당 사안을 요악하면 이렇다. 컴퓨터를 제조하는 A회사가 B회사에게 컴퓨터를 위탁생산하면서 B회사는 A회사가 발행하는 상환우전전환주식을 인수하기로 했다. 이 주식 인수를 위해 B회사와 A회사, 그리고 A회사의 대표이사이자 대주주인 C가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이 계약 내용 중에는 인수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유상증자를 하거나 납입 자본금을 증가 또는 감소시키는 경우 B회사의 사전 서면 동의를 받도록 했다. 이를 위반한 경우 B가 위약벌을 포함해 투자금의 조기상환을 통보할 수 있도록 했다. 

B회사는 A회사와 C를 상대로 위약금 약 43억원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A회사는 B회사에 사전통지와 동의 없이 2차례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시정조치에 불응했다고 주장했다. 

이 판결은 아직 대법원에서 상고심 중이다. 대법원이 서울고등법원의 이 판결을 유지할 경우 향후 투자계약에 미칠 파급력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와 창업자 양측 모두는 주주평등원칙에 위반된 투자약정 조항을 꼼꼼히 점검해 특정 조항이 무효가 될 가능성이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는 무효가 될 경우 투자금 회수를 위한 안전장치를 상법 체계 내에서 새로 만들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상생하는 사업 파트너가 되기 위해서는 투자자가 새로 고안한 안전장치를 넣는 방법으로 투자계약서를 변경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한편 투자 관행상 여과 없이 해외에서 사용되던 투자계약서가 사용돼 왔다. 법률가들은 관행적으로 사용하던 투자계약서를 전면 재검토해 우리 법체계와 법정신에 맞게 수정할 필요가 있다. 

김남주 변호사(법무법인 도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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