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경제] 미국 정부가 잇달아 화웨이를 배제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국내 이동통신사 중 유일하게 화웨이 5G 장비를 도입한 LG유플러스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1일(현지시간) 헝가리에서 “미국의 중요한 시스템이 있는 곳에 (화웨이)장비가 같이 있으면 미국으로선 협력하는 게 어려워질 것”이라며 “우리는 그 장비를 쓸 때 찾아오는 위험을 확실히 인식시키려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앞서 유럽연합에 보안 문제를 이유로 5G망 구축 사업에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말 것을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 외에 호주·뉴질랜드·일본 등이 정부 통신장비 구매에서 화웨이를 배제하고 있는데, 유럽도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통신 사업자들 중에는 영국 브리티시텔레콤(BT), 프랑스 최대 통신회사 오랑주, 독일 도이체텔레콤, 세계 2위 이동통신사업자 보다폰 등이 화웨이 장비 사용을 중단하거나 이를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르웨이, 캐나다, 덴마크 등에서도 통신사업자들 사이에 화웨이 견제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 보이콧’이 확산되면서 LG유플러스에게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화웨이를 둘러싼 보안 이슈가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계속 화웨이 장비를 5G 기지국 구축에 사용한다는 입장이다. 타사 장비보다 가격이 30~40% 싸고 기술력이 4~6개월 앞서, 더 많은 수량을 더 빨리 공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내달 5G 상용화를 앞두고 LG유플러스는 수도권을 비롯한 국내 주요 도시에 5G 기지국을 1만2000여 개를 구축해 경쟁사들을 훨씬 앞서고 있다. 그러나 기지국 중 상당수가 화웨이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화웨이 장비에 정보 유출을 가능하도록 하는 '백도어(back door)'가 숨겨져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심이 불식되지 않으면 LG유플러스의 개인 고객용 5G 서비스 상용화에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LG유플러스는 이와 같은 입장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해 기자회견을 통해 “LG유플러스는 2014년부터 화웨이 무선 장비를 도입해 사용하고 있으나 지금까지 보안문제가 발생한 적은 한 차례도 없었다”고 일축했다.
이어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가입자 정보를 식별, 관리하는 것은 모두 유선 코어망에서 이뤄지는데 우리는 코어망 장비를 삼성전자 제품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유무선 네트워크 장비는 LG유플러스 직원들이 직접 유지보수하고 관리하고 있어 5G 무선 기지국 장비에서 백도어를 통한 가입자 정보 유출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LG유플러스의 보안논란을 잠재우기 위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은 불매운동까지 나서고 있다. 지난 1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LG유플러스 불매운동 동참을 호소하는 글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청원인은 글에서 ‘화웨이 포비아’가 전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데도 LG유플러스는 가성비의 이유 등으로 장비 도입을 강행했다며 서비스 이용을 중단하는데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해부터 포털사이트의 댓글 및 블로그, SNS 등에서 네티즌들은 화웨이 장비 도입을 강력하게 비난하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유통망에 교육자료를 배포해 소비자들의 보안불안을 해소하는데 총력을 기울였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한편 화웨이는 최근 이슈를 의식해 사이버 보안과 프라이버시 보호에 우선 순위를 두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 언론 신장바오 등에 따르면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은 “화웨이는 사이버 보안과 프라이버시 보호를 회사의 최고 강령으로 삼을 것"이라며 "고객의 제품 구매는 결국 제품을 신뢰하는 지에 달려있고, 정부의 화웨이 제품 도입 여부도 신뢰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향후 5년간 보안 강화 등에 약 2조2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 밝혔고 지난해 11월 국제 인증기간에 소프트웨어 소스코드를 전달해 보안 인증절차를 밟고 있다. 화웨이는 5G 장비 보안 검증을 마치는 올해 3분기 내 인증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한승주 기자 sjhan0108@dailysm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