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분기 미국 출시… 메디톡스와 ITC 지재권 침해소송과 민사소송 남아
업계, "한국 제약산업 발전을 위해 소모전 멈춰야" 우려
[스마트경제] “갈 데까지 갔다. 이젠 그만 끝내자!”
2012년경부터 현재까지 수년째 이어지고 있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 균주 출처 논란’을 두고, 업계에서는 이 같은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양사가 여전히 엇갈린 주장을 펼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서다.
이런 가운데,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나보타’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무게의 추가 대웅제약으로 기울어지는 형국이다.
다만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메디톡스의 요구를 수용한 데 따라 지적재산권 침해 여부를 가리는 소송 등이 남아 있어, 균주 전쟁의 끝을 알리는 승리의 축포는 잠시 미뤄진 상태다.
◇국산 보툴리눔 톡신 최초 ‘나보타’ FDA 허가… 2분기 美 출시 예고
대웅제약은 2014년 자체 개발한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나보타로 국내 의약품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후 미국, 유럽, 캐나다, 호주, 남미, 태국, 중동 등 다수의 국가에서 품목허가 또는 임상승인 등을 획득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초석을 다졌다.
특히, 대웅제약은 올해 2월 1일 FDA로부터 나보타(현지 제품명 ‘주보’)의 미간주름 적응증에 대한 품목허가를 최종 승인받았다. 국산 보툴리눔 톡신 제품 최초의 미국 시장 진출이란 쾌거를 이룩한 것이다.
대웅제약은 현지 파트너사인 에볼루스(2013년 9월 협약 체결)를 통해 올해 2분기 미국에 나보타를 발매할 예정이다. 이어 유럽 허가와 캐나다 출시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전승호 대웅제약 사장은 “나보타의 우수한 품질과 안전성, 유효성이 입증된 데 따라 미국, 캐나나 등 북미 시장에서의 성공적인 진출을 확신한다”며 “나보타의 FDA승인은 국내 제약사의 위상을 높인 것은 물론 대웅의 글로벌 제약사로의 도약을 위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2020년 약 6조원 규모로 형성할 것으로 전망되는 거대 시장 중 하나다. 이 중 미국은 약 2조원에 달하며 매년 9% 이상의 성장을 보이고 있는 시장이다.
◇소송은 현재진행형… 대웅제약 “흠집 그만” vs 메디톡스 “의혹 해소부터”
대웅제약에는 나보타와 관련해 풀어야 할 과제가 아직 한 가지 남아 있다. 메디톡스와 진행 중인 국내외 소송이 바로 그것이다.
대웅제약은 2012년경부터 메디톡스와 보툴리눔 톡신 균주 출처를 두고 공방을 벌이고 있다.
특히 2016년 메디톡스가 보유한 보툴리눔 톡신 균주의 전체 유전체 염기서열을 공개하고, 대웅제약에 염기서열 공개 및 공개토론을 요구하면서 업계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은 메디톡스의 보툴리눔 톡신 균주와 제조공정 일체를 도용한 것”이라며 “이를 밝히기 위해선 공개 토론회에 나와 나보타 균주 획득 경위와 장소, 전체 유전자 염기서열 등을 모두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자사 균주를 훔쳤다며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또 대웅제약이 FDA에 나보타 품목허가를 신청한 2017년 미 법원과 국내 법원에 각각 대웅제약을 제소했다. 같은 해 FDA에 같은 내용으로 시민청원서도 접수했다.
결과적으로는 메디톡스만 3패를 떠안았다. 미 법원과 FDA가 모두 메디톡스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기각했기 때문이다. 또 경찰조사 결과 무혐의가 나왔다. 국내 소송의 경우, 현재 1심 심리가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ITC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소한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소송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메디톡스는 “올해 1월 앨러간과 함께 대웅제약과 에볼루스를 상대로 ITC에 제기한 지적재산권 침해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며 “불필요한 논쟁을 마무리 짓기 위해 지금이라도 대웅제약은 공개토론장에 나와 나보타 개발과 관련된 모든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고 재차 피력했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미국 관세법 Section 337에 따라 진행되는 지적재산권 침해여부를 가리는 소송으로, 이는 지난 수년간 메디톡스가 제기해 왔던 근거 없는 의혹의 연장선일 뿐”이라며 “나보타는 올해 2분기 미국 시장에서 예정대로 출시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한편, 업계는 이를 두고 불필요한 소모전으로 하루빨리 마무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더 이상 갈 데가 없을 정도로 끝까지 왔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터”라며 “한국 제약바이오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앞으로 이러한 갈등이 발생되지 않길 바란다”고 우려를 전했다.
김소희 기자 ksh333@dailysm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