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이 연극리뷰] ‘전도연이 창조한 오늘의 라네프스까야 송도영’ 사이먼 스톤 연출 ‘벚꽃동산’
[거침없이 연극리뷰] ‘전도연이 창조한 오늘의 라네프스까야 송도영’ 사이먼 스톤 연출 ‘벚꽃동산’
  • 복현명
  • 승인 2024.06.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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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곡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벚꽃동산’(안톤 체호프 작, 사이먼 스톤 각색·연출, LG아트센터 LG SIGNATURE 홀, 2024년 6월 4일~7월 7일)이 연일 화제다. 사진=벚꽃동산 ⓒStudio AL, LG아트센터
마곡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벚꽃동산’(안톤 체호프 작, 사이먼 스톤 각색·연출, LG아트센터 LG SIGNATURE 홀, 2024년 6월 4일~7월 7일)이 연일 화제다. 사진=벚꽃동산 ⓒStudio AL, LG아트센터

[스마트경제] #. '거침없이 연극리뷰'가 스마트경제를 통해 매주 금요일에 새롭게 찾아간다. 한국연극을 대표하는 4명의 연극평론가들이 거침없는 연극리뷰를 연재한다. 
월간 ‘한국연극’ 편집주간이며 포스트드라마 권위자인 문학박사 김기란 평론가, 한국연극평론가협회 부회장이자 숭실대학교 교수 백로라 평론가, ‘한 줄도 좋다, 우리 희곡’의 저자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교양학부 객원교수 정수진 평론가, 계간 ‘한국희곡’ 편집주간으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전방위적인 연극평론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연극의 승부사들’ ‘동시대 연극 읽기’의 저자 대경대 연기예술과 교수 김건표 평론가가 매주 릴레이로 연재할 예정이다(편집자주).
 

 

거대한 백색의 캔버스로 사방을 두른 무대 위에 박공지붕을 얹은 새하얀 이층집 하나가 놓여 있다. 

보통의 안정적인 대칭구조가 아닌, 한쪽이 지상에서 박공지붕 최상단부로 바로 연결되는 비대칭 구조물이다. 

지붕 전체는 모두 계단으로 디자인됐다. 파격을 미감(美感)하기에는 뾰족뾰족한 계단이 불러일으키는 시각적 위태로움과 날카로움이 감각을 주도한다. 

언뜻 보아도 이미 한쪽이 내려앉고 있는 것 같은 붕괴의 이미지가 강렬하다. 

차갑고도 투명한 유리로 닫혀있는 건물의 단면은 예리한 칼로 베어낸 듯 서늘하다. 이 심상치 않은 창백한 무대에서 연출가 사이먼 스톤은 체호프의 ‘벚꽃동산’을 동시대 우리 이야기로 펼쳐보였다. 

마곡 LG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연극 ‘벚꽃동산’(안톤 체호프 작, 사이먼 스톤 각색·연출, LG아트센터 LG SIGNATURE 홀, 2024년 6월 4일~7월 7일)이 연일 화제다. 

‘영화배우 전도연의 27년 만에 연극 복귀작’이라는 홍보 문구가 시사하듯 영화와 연극계를 아우르며 활발히 활동하는 유명배우들(전도연, 박해수, 손상규, 최희서, 이지혜, 남윤호, 유병훈, 박유림, 이세준, 이주원 등)의 무대를 직접 볼 수 있다는 점이 관객들에게 제대로 어필한 것 같다. 

여기에 요즘의 멀티 캐스트(Multiple Cast: 하나의 역할에 여러 명의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 공연 시류와는 달리 하나의 역할을 한 명의 배우가 맡아서 오롯이 창조해야 하는 원 캐스트 공연이라는 장점까지 더해져 작품에 대한 대중적 호응과 기대는 더욱 커지고 있다. 

표를 구하기 어렵다는 소문은 사실이었다. 필자가 관극했던 두 번의 공연 모두 빈자리를 찾기 어려웠다. 

관객들을 사로잡은 기획과 제작의 세련된 공력만큼 눈길을 끌었던 것은 레지테아터(Regie-Theater: 연출가가 시대와 배경 설정을 자유로이 바꿀 수 있는 연출가 중심의 무대) 공연 콘셉트였다.

200편의 한국 드라마와 영화를 보았다는 이국(異國)의 연출가가 “지금 한국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새로 쓴 ‘벚꽃동산’은 과연 어떤 얼굴일지 자못 궁금했다. 


◇체호프의 ‘벚꽃동산’이 놓인 자리

20세기를 대표하는 러시아 극작가 체호프는 10편의 단막극과 7편의 장막극 등 총 17편의 희곡을 썼다.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처럼 추상적”이라는 연출가 메이예르홀드의 말처럼 체호프의 희곡은 미묘하고 모호하며 비밀스럽다. 

종래의 희곡들과 달리 갈등이 뚜렷하지 않고 평범한 이들의 일상을 통해, 인물들의 내면과 심리를 장면으로 묘사한다. 

마지막 장막극 ‘벚꽃동산’은 체호프 희곡 세계를 완성하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체호프는 1901년부터 3년 동안 병마와 싸우면서 이 작품을 완성했다. 

그는 어릴 적 자신이 겪은 가족의 파산을 작품의 소재로 삼아, 관찰자의 시점으로 거리를 두고 사건을 극화했다. 

‘벚꽃동산’ 창작 시기, 러시아는 19세기 중반의 농노제 폐지가 몰고 온 변혁의 급류로 요동치고 있었다. 

자본주의와 사회혁명이라는 거대한 변화의 축은 그간 쌓여왔던 사회적 문제들을 분출시켰다. 

기존 신분제가 무너지면서 귀족 계급은 몰락하고 중산층이 부상하였다. 이후 산업화가 가속되면서 혁명의 주체는 농민이 아닌 노동자들로 바뀌었다. 

체호프는 격변의 시대 한가운데에 놓인 인물들에게 관심을 기울였다. 

‘벚꽃동산’에는 그의 다른 작품에 비해 다양한 계층의 인물들이 여럿 등장한다.

여전히 아름다운 몰락한 귀족 라네프스까야와 오빠 가예프, 농노 출신의 출세한 사업가 로빠힌, 귀족이면서도 지극히 현실적인 태도를 취하는 라네프스까야의 양녀 바랴, 새로운 사상에 휩쓸리며 낭만적 미래를 꿈꾸는 라네프스까야의 딸 아냐, 진보적인 사상을 가진 대학생 뜨로피모프, 농노시대에 멈춰 있는 늙은 하인 피르스와 저물어가는 귀족의 삶을 동경하는 하녀 두냐샤, 그런 두냐샤를 짝사랑하는 집사 예삐호도프, 실리에 민감한 젊은 하인 야샤 등 이들은 계급, 나이, 성별, 경제적 상황과 같은 삶의 조건으로 인해 서로 이해하기도, 반목하기도 하며 갈등한다. 


◇창백한 이층집으로 표상된 ‘벚꽃동산’

건물 내부가 적나라하게 들여다보이게 설계된 이층집은 앞서 언급한 바대로 상수 쪽이 지상으로 흘러내리듯이 기울어져 있다. 박공지붕은 모두 계단으로 이뤄져 있고 인물들은 지붕 위 계단을 오르내린다.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높이가 상당한 지붕 위를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니는 인물들의 행동은 급변하는 세계의 질서를 감각하지 못하는 순진한 어리석음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한다. 
건물 내부가 적나라하게 들여다보이게 설계된 이층집은 앞서 언급한 바대로 상수 쪽이 지상으로 흘러내리듯이 기울어져 있다. 박공지붕은 모두 계단으로 이뤄져 있고 인물들은 지붕 위 계단을 오르내린다.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높이가 상당한 지붕 위를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니는 인물들의 행동은 급변하는 세계의 질서를 감각하지 못하는 순진한 어리석음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한다. 사진=벚꽃동산 ⓒStudio AL, LG아트센터

연출가 사이먼 스톤 역시 원작이 그려낸 ‘격변하는 시대’를 주목한다. 

19세기 말 20세기 초 러시아 격변기는 LTE 속도로 발전을 거듭한 IT 강국 한국의 현재로 치환된다. 

라네프스까야와 가예프는 파산을 앞둔 재벌 남매 송도영(전도연 분)과 송재영(손상규 분)으로 로빠힌은 운전기사인 아버지의 학대를 견디고 성공한 사업가 황두식(박해수 분)으로, 바랴는 집안 사업을 도맡은 강현숙(최희서 분)으로 아냐는 철없는 유학생 영화학도 강해나(이지혜 분)로, 뜨로피모프는 현학적 이상주의자 박사과정생 변동림(남윤호 분)으로, 하녀 두나샤는 재벌가 사람들을 동경하며 따라하는 가정부 정두나(박유림 분)로, 하인 야샤는 송도영의 뻔뻔스런 개인비서 이주동(이주원 분)으로, 집사 예삐호도프는 두나를 좋아하는 강박적인 젊은 운전기사 신예빈(이세준 분)으로, 삐쉬이크는 도영과 재영의 사촌이자 유쾌한 기회주의자 김영호(유병훈 분)로 다시 쓰였다. 

그리고 원작의 주요인물 12명 중 가정교사 샤를로따와 하인 피르스는 강현숙과 김영호에게 각각 덧입혀졌다.

체호프가 러시아 격변기 속에서도 원하는 바를 향해 나아가기를 멈추지 않는 인물들을 따스한 시선으로 조명했다면 사이먼 스톤은 차가운 관음의 시선을 객석으로 전염시켰다. 

극장에 들어서자마자 마주하게 되는 거대한 백색의 이층집(무대디자인 사울킴)은 사이먼 스톤이 표상한 2024년 서울의 벚꽃동산이다. 

건물 내부가 적나라하게 들여다보이게 설계된 이층집은 앞서 언급한 바대로 상수 쪽이 지상으로 흘러내리듯이 기울어져 있다. 

박공지붕은 모두 계단으로 이뤄져 있고 인물들은 지붕 위 계단을 오르내린다.

아무런 보호장치 없이 높이가 상당한 지붕 위를 아무렇지 않게 걸어다니는 인물들의 행동은 급변하는 세계의 질서를 감각하지 못하는 순진한 어리석음을 효과적으로 시각화한다. 

본인이 딛고 선 세계가 붕괴되고 있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는 인물들의 미련함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사이먼 스톤은 이 어리석고 미련한 존재들이 창출해내는 위태로운 존재 상황을 창백한 이층집으로 표백한 뒤에 블랙코미디의 능청으로 덧칠했다. 


◇전도연이 창조한 오늘의 라네프스까야 송도영

체호프의 장막극이 그러하듯 사이먼 스톤의 ‘벚꽃동산’ 또한 “도착-만남-충돌-이별”의 극적 구조를 따른다. 

주인공 송도영이 무대 한가운데 위풍당당하게 세워진 창백한 하얀 집 앞에 “도착”하면서 비로소 연극은 시작된다. 배우 전도연의 명성에 어울릴 만한 의미심장한 등장이었다. 
주인공 송도영이 무대 한가운데 위풍당당하게 세워진 창백한 하얀 집 앞에 “도착”하면서 비로소 연극은 시작된다. 배우 전도연의 명성에 어울릴 만한 의미심장한 등장이었다. 사진=벚꽃동산 ⓒStudio AL, LG아트센터

주인공 송도영이 무대 한가운데 위풍당당하게 세워진 창백한 하얀 집 앞에 “도착”하면서 비로소 연극은 시작된다. 

배우 전도연의 명성에 어울릴 만한 의미심장한 등장이었다. 

율동감 있는 걸음으로 무대 위를 저벅저벅 가로질러 하얀 집을 바라보며 멈추기까지, 관객들의 시선은 오직 그를 향했다. 

이층집 하나가 세워질 정도로 제법 규모 있는 큰 무대를 존재감으로 채워버리는 배우의 면모를 실감했다. 

객석은 전도연이 그리는 주인공 도영의 동선을 따라가며 도영의 시선을 좇아 백색의 이층집을 바라보게 된다. 

그 곳에 서울을 떠나야 했던 과거가, 귀국할 수밖에 없는 현재가, 앞으로 닥쳐올 미래가 한데 뒤엉켜서 소용돌이치고 있다. 

도영의 집은 행복했던 어린 시절과 동일시되는 추억의 공간이면서 동시에 어린 아들의 죽음을 되새기게 만드는 고통의 공간이다. 

도영은 아버지에게 16번째 생일선물로 이 집을 선물받았지만 이 집에서 갑작스런 사고로 아들 해준이를 잃었다. 5년 만에 귀국해 집을 바라보는 도영은 “기억했던 모습 그대로야” 라고 말하지만 그녀도 집도 세상도 이전과는 너무도 달라져 있다. 

이전의 도영은 본인의 충동적인 기질로 인해 비틀거렸다면 지금의 도영은 급변하는 시대의 발전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휘청거린다. 

제대로 된 현실감각을 배울 필요조차 없었던 도영은 두식과 현숙의 경고를 귀담아들을 수 없다. 

결국 도영의 무관심과 오빠 재영의 무능력은 경제적 파국을 초래하고 창백한 새하얀 무대 위에는 검은 눈이 내려앉는다. 

배우 전도연은 특유의 비음 섞인 낭랑한 목소리와 시시각각 바뀌는 표정연기로 송도영의 불안한 내면과 충동적 본성을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배우 전도연은 특유의 비음 섞인 낭랑한 목소리와 시시각각 바뀌는 표정연기로 송도영의 불안한 내면과 충동적 본성을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사진=벚꽃동산 ⓒStudio AL, LG아트센터

배우 전도연은 특유의 비음 섞인 낭랑한 목소리와 시시각각 바뀌는 표정연기로 송도영의 불안한 내면과 충동적 본성을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그리고 재벌 도영의 의미 없는 친절과 심드렁한 삶의 태도를 우아한 몸동작과 시시각각 변화하는 표정을 통해 구현하려 노력했다. 

의상(의상디자인 멜 페이지)과 신발에 대한 섬세한 선택도 돋보였다. 몸에 꼭 맞게 재단된 우아한 질감의 의상들이 배우의 움직임을 시각적으로 돋보이게 이끌었고 결말로 갈수록 도영이 운동화-로퍼-하이힐을 신는다는 설정도 인물의 위태로운 운명을 효과적으로 강조해줬다.


◇우리의 로빠힌 황두식이 몰고 온 검은 눈폭풍

사이먼 스톤의 ‘벚꽃동산’ 3막은 해나의 생일파티로 시작된다. 15분의 인터미션 후 극장으로 들어와보니 새하얀 무대 위로 검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 

도영의 안온했던 세계에 균열이 생긴 것이다. 지금까지 표백돼서 드러나지 않았던 인물들의 위선과 위태로운 현실이 폭로되기 시작한다. 도영은 딸의 썸남 변동림과 충동적으로 키스를 하고 해나는 이 장면을 목격한다. 

충격을 받은 해나는 더 이상 도영의 엄마노릇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지만 도영은 나아질 기미가 없다. 

도영과 재영의 재산을 대신 지키려 고군분투하던 양녀 현숙도 악화일로로 치닫는 회사 상황 앞에 손을 쓸 수 없게 된다. 

두식 역시 개선방안을 여러 번 조언하지만 도영은 귀담아듣지 않는다. 결국 회사는 두식의 손에 넘어가고 도영의 전 생애를 담고 있는 이층집은 머지않아 사라지게 된다. 

검은 눈은 3막이 진행되는 동안 쉬지 않고 내린다. 

눈이 부실 정도로 새하얗던 무대는 금세 석탄가루 같은 검은 눈으로 뒤덮인다. 백색의 이층집 역시 지붕 위 계단마다 창틀마다 검은 눈이 내려앉는다. 

무대 공간을 가득 메운 검은 눈폭풍은 이윽고 관객이 마주하게 될 인물들의 불안한 운명을 예감하게 한다. 

그리고 3막 끝부분 우리의 로빠힌 황두식이 “제가 샀습니다. 당신들 회사 제가 샀어요. 이제 제 겁니다”라고 소리치는 장면에 이르면 비로소 검은 눈폭풍을 몰고온 새로운 시대의 상징이 바로 황두식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배우 박해수는 단단히 무대를 딛고 서서 안정된 발성과 흐트러짐 없는 딕션으로 인생의 목표를 거머쥔 승리자 황두식을 육화해냈다. 
배우 박해수는 단단히 무대를 딛고 서서 안정된 발성과 흐트러짐 없는 딕션으로 인생의 목표를 거머쥔 승리자 황두식을 육화해냈다. 사진=벚꽃동산 ⓒStudio AL, LG아트센터

배우 박해수는 단단히 무대를 딛고 서서 안정된 발성과 흐트러짐 없는 딕션으로 인생의 목표를 거머쥔 승리자 황두식을 육화해냈다. 

남의 눈치를 살피며 비열하게 어슬렁거리던 로빠힌의 전형은 당당하고 거침없는 박해수의 황두식으로 새로이 창조됐다. 

1막과 2막에서 우왕좌왕하며 속내를 알 수 없던 황두식의 모습이 3막의 급변 장면으로 설득력을 얻게 됐다.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불도저 소리

사이먼 스톤의 ‘벚꽃동산’은 도영의 집을 철거하는 불도저 소리로 막을 내린다. 

나무 찍는 도끼 소리로 끝이 나는 원작을 떠올려볼 때 지극히 의도적이며 위악적인 마무리다. 

벚꽃동산이 매각될지라도 각자 원하는 것을 찾아 떠나는 원작의 인물들과 달리, 이 작품의 인물들은 모두 소중하게 여겼던 것을 하나씩 포기하고 무대를 떠난다. 

도영은 딸 해나 없이 뉴욕으로 가야 하고 현숙은 두식과의 결혼을 포기한 채 산티아고 순례길을 떠나려 한다. 

재영은 홀로 한국에 남아 음반회사에 취직하고 해나는 휴학하고 동림과 제대로 교제해 보려 한다. 

두나는 주동의 배신을 딛고 다시 예빈에게 기대려 한다. 오로지 두식만이 어정쩡했던 현숙과의 관계를 말끔히 청산하고 불도저를 동원하여 도영의 집을 허문다. 

원작에서 피르스의 죽음이 환기하던 지나간 시대에 대한 아련한 향수 따위는 찾아볼 수 없다.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잉여인간 영호의 우스꽝스러운 죽음만이 해프닝처럼 그려질 뿐이다. 

막을 내리기 직전까지 냉소적인 블랙코미디의 어조가 유지된다. 원작의 분위기를 사랑해마지 않는 독자들조차 설득시킬 만한 일관된 연출 콘셉트였다. 

그리고 시대적 문화적 간극을 넘어 오늘 한국의 이야기로 만듦새 있게 각색을 성취한 점은 작품의 가치를 한층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베테랑 배우들의 성숙한 연기 앙상블이 야심찬 연출을 보기 좋게 실현시켰다고 생각한다. 다만 10명의 배우들 모두 마이크를 사용하면서 연출 의도와 상관없이 무대가 전반적으로 소란스럽게 느껴졌던 점은 매우 안타까웠다. 
그리고 시대적 문화적 간극을 넘어 오늘 한국의 이야기로 만듦새 있게 각색을 성취한 점은 작품의 가치를 한층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베테랑 배우들의 성숙한 연기 앙상블이 야심찬 연출을 보기 좋게 실현시켰다고 생각한다. 다만 10명의 배우들 모두 마이크를 사용하면서 연출 의도와 상관없이 무대가 전반적으로 소란스럽게 느껴졌던 점은 매우 안타까웠다. 사진=벚꽃동산 ⓒStudio AL, LG아트센터

그리고 시대적 문화적 간극을 넘어 오늘 한국의 이야기로 만듦새 있게 각색을 성취한 점은 작품의 가치를 한층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베테랑 배우들의 성숙한 연기 앙상블이 야심찬 연출을 보기 좋게 실현시켰다고 생각한다. 

다만 10명의 배우들 모두 마이크를 사용하면서 연출 의도와 상관없이 무대가 전반적으로 소란스럽게 느껴졌던 점은 매우 안타까웠다. 

특히 유리문 안에서 극이 진행될 때 누구의 대사인지 명확히 알 수 없었던 순간이 꽤 많았다. 

마치 극장에서 공연 라이브 중계방송을 영상으로 시청하는 것 같기도 했다. 

1층 R석에서 관극했을 때에도 이런 불편함을 경험했으니 2층과 3층 객석에서는 음향 문제로 중요한 장면을 놓치는 일이 잦았을 테다. 

아무리 대극장이라고 할지라도 연극 공연에서의 마이크 사용은 분명 문제적이다. 연극계가 머리를 맞대고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사안이다.

 

정수진(연극평론가) /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교양학부 객원교수. 한국연극평론가협회 이사, ‘연극평론’ ‘한국희곡’ 편집위원.

 

 

복현명 기자 hmbok@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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