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스포츠3.0] 'APL 시즌'에서 확인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명과 암
[e스포츠3.0] 'APL 시즌'에서 확인한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의 명과 암
  • 이덕행
  • 승인 2018.02.05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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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L 파이널 공식 포스터 사진=아프리카

'아프리카TV 펍지 리그(APL)' 파일럿 시즌이 지난 3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인기 온라인게임 '배틀그라운드'의 e스포츠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 APL 파일럿 시즌은 장밋빛 미래를 제시하는 동시에 그 한계점도 명확히 드러냈다.

지난 3일 KBS 아레나에서 진행된 APL 결승전은 KSV 노타이틀이 총 1525점으로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윤루트' 윤현우, '에스더' 고정완, '섹시피그' 한재현, '주원' 김주원으로 이루어진 KSV 노타이틀은 APL 파일럿 시즌에서 우승하며 1억원의 상금과 함께 배틀그라운드 종목 초대 우승자라는 타이틀도 얻었다.
 
이번 APL 파일럿 시즌은 배틀그라운드의 e스포츠 가능성을 확인하는 의미있는 무대였다. 배틀그라운드는 한국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를 밀어내고 온라인 게임순위 1위를 차지할 만큼 높은 인기를 자랑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2850만 장이 팔리고 스팀 동시접속자 수 300만명을 돌파할 만큼 잠재력을 인정 받았다.
 
이처럼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게임 e스포츠화에 대한 우려는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자기장이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임요환·이상혁·류제홍 처럼 종목을 이끌어갈 슈퍼스타가 탄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평가다.
 
또한 100여 명의 선수가 함께 경기를 펼치기 때문에 옵저빙에 관한 우려도 제기 됐다. 동시 다발적으로 펼쳐지는 교전 상황에서 자칫 중요한 장면을 놓치면 중계를 보는 사람들의 재미가 반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슈퍼스타로 떠오른 'KSV 노타이틀'
슈퍼스타로 떠오른 'KSV 노타이틀'

◆ 슈퍼스타 탄생과 발전한 옵저빙…프로팀 창단 가속화

하지만 APL 파일럿 시즌은 대회를 거듭할수록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 우승을 차지한 KSV 노타이틀은 대회 기간 내내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실력과 스타성을 과시했다. 특히 KSV 노타이틀 특유의 자기장을 뚫는 플레이로 팬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KSV 노타이틀은 스플릿 1·2 에서 1위를, 스플릿 3에서 2위를 차지하며 꾸준히 최상위권을 유지했다. 새로운 슈퍼스타의 탄생을 예감할 수 있었다.

또한 스쿼드 모드 외에 솔로 모드를 병행하며 스타 만들기에 힘썼다. 스플릿 기간 동안 진행된 솔로 모드에서 G9팀의 '유레카' 박규태, 콩두 LSSi의 '써밋' 이승범, 당당차의 '덩덩2' 이승민 등 스플릿 우승팀이 아닌 다른 팀에서 우승자가 나오며 보는 재미를 배가 시켰다. 선수들은 솔로 모드를 통해 스쿼드 모드에서 선보이지 못한 플레이로 자신의 매력을 한껏 뽐냈다.

다양한 분활화면으로 보는 재미를 증가시킨 APL 사진=아프리카 방송화면

옵저빙 문제 역시 스플릿을 거치면서 크게 발전했다. 아프리카TV는 와이드 앵글, 분할 중계, 리플레이 활용 등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최대한 많은 정보를 전달했다. 이밖에도 각 스쿼드의 스타팅 포인트, 킬포인트, 생존 인원 등을 함께 제시해 시청자들이 손쉽게 전황을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박상현 캐스터와 김동준 해설 그리고 신인 '지수보이' 김지수 해설로 구성된 트리오는 완벽한 호흡을 선보였다. 다양한 종목에서 합을 맞춘 박상현과 김동준은 베테랑답게 여유있는 해설을 선보였고 이번 대회를 통해 데뷔한 김지수는 개인 방송인 출신다운 깊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신선한 해설을 선보였다.

APL 파일럿 시즌의 성공으로 프로팀 창단이 가속화 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우승을 차지한 KSV 노타이틀 외에도 'G9' '아미자드' 'LSSi' 등은 'C9' 'OGN 엔투스' '콩두'와 프로계약을 맷었고 다른 아마추어 팀들도 프로로 전환하거나 스폰서 계약을 맺었다.

◆ '우승 없는 우승팀' 포인트 제도 논의 필요…선수 과거사 문제도 논란

하지만 APL 파일럿 시즌이 장밋빛 미래만 보여준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우승 없는 우승팀'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KSV 노타이틀은 스플릿 기간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며 결승에 진출했지만 정작 결승전 무대에서는 라운드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1라운드에서 김주원의 슈퍼플레이가 나오는 등 여전히 강한 모습을 보였지만 라운드 우승없이 우승하는 모습은 아쉬움을 남겼다.

'최후의 생존자'를 가리는 게임에서 한 번도 끝까지 살아남은 적이 없는 팀이 우승을 했다는 모순에 포인트제도를 변경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골프 대회 같은 컷오프 방식의 도입이나 라운드별 점수 가중치를 두는 것 등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APL 파이널 순위표. 'KSV 노타이틀'은 꾸준히 상위권에 들었지만 라운드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APL 파이널 순위표. 'KSV 노타이틀'은 꾸준히 상위권에 들었지만 라운드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사진=아프리카

또한 경기 초반이 너무 지루하다는 것도 문제점이다. 다수의 팀들은 초반에 전력 손실을 막기 위해 '랜드마크' 전략(스타팅 포인트를 정해놓고 서로 피해 가는 것)등 소극적인 플레이로 일관해 보는 재미가 떨어졌다. 시간대별 킬포인트에 차등을 두어 초반부터 선수들의 적극적인 교전을 유도하는 방법이나 1·2단계 자기장의 속도를 빠르게 조절해 안전구역을 빠르게 줄이는 방법 등이 고려해 볼만 하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대리' 게임과 '핵'이라는 문제점이 떠올랐다. KSV 노타이틀 소속이었던 '벤츠' 김태효는 '오버워치' 종목에서 돈을 받고 대리로 게임을 한 사실고 게임 내에서 심한 욕설을 했던 사실이 드러나 1년 출전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아프리카 스노우 소속의 '38선' 고동언은 비인가 프로그램을 사용했던 사실이 확인돼 계정 영구정지 및 e스포츠 영구 출전 정지 처분을 받았다.

'대리' 게임과 '핵' 모두 e스포츠의 공정성을 해치는 요소인 만큼 향후 배틀그라운드 프로게이머에 대한 소양교육 및 적발 시 단호한 처벌이 요구된다. 첫 공식리그를 마치며 e스포츠로서 첫 걸음마를 뗀 배틀그라운드가 이번 APL의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정식리그에서 얼마나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덕행 기자 dh.lee@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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