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IT·전자 업체들이 올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모두 침울한 분위기다.
특히 최근 한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한다는 평가를 받는 반도체와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등 이른바 '3대 주력 품목'이 일제히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자칫 경기침체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4일 LG디스플레이를 시작으로, SK하이닉스(25일)와 삼성전자·LG전자(30일) 등이 이달 하순에 잇따라 올해 첫번째 '성적표'를 내놓을 예정이다.
가장 충격이 심한 업종은 지난 2년간 전세계 메모리 시장의 '슈퍼호황' 덕분에 실적 신기록 행진을 이어갔던 반도체다.
지난 5일 실적 잠정치(매출 52조원·영업이익 6조2천억원)를 발표했던 삼성전자의 경우 반도체 부문에서 매출 15조5천억원에 영업이익 4조원 안팎을 올렸을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기간 영업이익(11조5천500억원)은 물론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다운턴(하락국면)이 본격화했던 전분기(7조7천700억원)와 비교해서도 '반토막'에 해당하는 수치다.
삼성전자와 '반도체 코리아 연합군'을 구성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올 1분기 매출·영업이익 콘센서스(증권사 전망치 평균)는 각각 6조4천억원과 1조5천억원 안팎으로 집계됐다.
삼성전자에 비해 메모리 비중이 큰 탓에 최근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급락의 직격탄을 맞은 여파다. 1년 전 실적(8조7천200억원·4조3천670억원)과 비교하면 말 그대로 '곤두박질' 친 셈이다.
삼성과 LG의 디스플레이 사업은 올 1분기에 나란히 적자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삼성전자 디스플레이(DP) 사업은 매출 5조5천억원에 7천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면서 지난 2016년 1분기 이후 첫 적자가 예상됐다. 전분기 9조1천670억원 매출에 9천720억원의 영업이익을 낸 것과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지난해 1, 2분기 영업손실에 이어 3, 4분기에는 영업이익을 냈으나 올 1분기에는 주력 수익원인 LCD 패널 가격 하락으로 인해 또다시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미국 애플, 중국 화웨이 등과의 경쟁이 점점 격화하고 있는 스마트폰 부문도 고전을 거듭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에서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IT모바일(IM) 부문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이 2조5천억원 안팎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7천740억원)보다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갤럭시S10이 비교적 선전했으나 부품 가격 상승과 영업 비용 등으로 인해 수익률이 떨어진 것으로 풀이됐다.
LG전자 MC사업본부는 올 1분기에 2천억원대 초반 영업손실을 내면서 1년 전(1천360억원)보다 적자 규모가 더 커진 것으로 추정됐다. 무려 8분기 연속 적자행진을 이어가는 셈이다.
삼성, SK, LG가 주도하는 이들 3개 업종의 부진은 올초 정보통신기술(ICT) 수출 감소로 이어졌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 1분기 ICT 수출액은 총 429억9천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8%나 줄어들었다. 이는 전체 산업의 수출 감소율(8.5%)의 2배에 달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예상보다 실적 감소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나 전반적인 경제 심리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된다"면서 "따라서 이들 업체가 분기 실적 발표 이후에 진행할 콘퍼런스콜에서 어떤 업황 전망을 내놓을지에 더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