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그룹 “조원태 조기 선임, 리더십 공백 최소화”
KCGI, 한진칼 지분 늘려… 15% 육박
고 조양호 회장 VS KCGI, 한진칼 지분 2.86%까지 좁혀
[스마트경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선친인 고(故) 조양호 전 회장 장례를 마친지 1주일 만인 24일 한진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그러나 ‘경영 안정화’라는 큰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 단추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상속세 마련이다.
25일 재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전날 오후 이사회를 열고 조 사장을 대표이사 회장으로 선임했다.
조 신임 회장은 이사회에서 “선대 회장들의 경영이념을 계승해 그룹을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이라며 “현장 중심, 소통 경영에 중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한진칼 이사회는 “조 신임 회장 선임은 전임 회장의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그룹 경영을 지속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창업 정신인 수송보국(輸送報國)을 계승·발전시키고, 비전 달성을 차질 없이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조원태 신임 회장, 공식 데뷔 무대는 ‘IATA 연차총회’
조 신임 회장은 오는 6월 1∼3일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연차총회 의장직을 시작으로 대·내외적 위상 제고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조 신임 회장은 지난 2003년 한진그룹 IT 계열사인 한진정보통신의 영업기획 담당으로 입사했다. 이후 15년 동안 꾸준히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그러나 재계 안팎에서는 조 신임 회장이 온전히 한진그룹 총수 자리에 오르기 위해선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아버지 고 조 회장의 한진칼 지분(17.84%) 상속이다.
◆조원태, 고 조양호 회장 지분 상속세 마련 가능할까
한진칼은 대한항공을 비롯해 ㈜한진, 진에어, 정석기업 등을 거느린 한진그룹의 지주사다. 고 조 회장은 한진칼 최대 주주지만 조 신임 회장의 지분율은 2.34%에 불과하다. 총수 일가의 주식을 모두 합쳐도 26.93% 수준이다.
조 신임 회장은 고 조 회장이 보유한 지분을 상속받는다면 안전하게 경영권을 승계할 수 있다. 하지만 상속세만 2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돼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 게다가 오너 일가가 보유한 한진칼 주식의 상당수가 담보로 묶여있다.
지분으로 상속세를 납부할 경우 지분율 감소로 인한 경영권 위협이 초래될 수 있는 상황이다.
한진칼 2대 주주는 행동주의펀드 KCGI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다. 이날 기준 지분율은 14.98%이다.
KCGI는 지난 3월26일부터 이달 23일까지 한진칼 지분 128만8475주를 장내매수했다. 조 회장 별세 전인 지난달 15일 지분율이 12.8%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 달 만에 2.18%p나 추가 매입한 것이다.
KCGI는 전날 공시에서 통해 지분 변동와 관련해 “단순 추가취득”이라고 밝혔지만, 지난해 11월 한진칼 2대 주주에 오른 이후 연일 경영권을 압박하고 있다.
아울러 적극적인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행사를 결정한 국민연금은 최근 지분이 다소 줄긴 했지만 4.11%로 3대 주주다.
재계 관계자는 “조 신임 회장이 한진칼 지분으로 상속세를 납부할 경우 경영권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2~3대 주주가 합산 지분율이 최대 주주와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룹 내부에서 조 신임 회장 지분 매각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bdj@dailysm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