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네이버, 구글보다 타오바오 무서워 한 이유
[취재수첩] 네이버, 구글보다 타오바오 무서워 한 이유
  • 백종모
  • 승인 2018.05.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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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백종모 기자
사진=백종모 기자

 

네이버는 구글 보다 타오바오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 점은 강유훈 스마트 렌즈 테크 리더의 태도에서 분명히 드러났다. 

타오바오는 중국의 거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 그룹이 운영하는 오픈 마켓 쇼핑 사이트다.

25일 네이버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메리츠타워 D2 스타트업팩토리에서 스마트 렌즈 관련 기술 포럼을 열었다. 스마트 렌즈는 지난해 네이버가 첫선을 보인 이미지 검색 기능이다. 

이날 포럼을 진행한 강유훈 리더는 인스턴스 레벨 이미지 검색 등 쇼핑 검색 전용 기술의 설명에 상당한 비중을 두는 모습이었다. 네이버는 지난해 스마트 렌즈의 쇼핑 검색 버전인 '쇼핑 렌즈'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이 기술의 전자상거래 이용 가능성을 크게 본 것이다.

사실 기자들이 중국 업체에 대해서 먼저 물은 것이 아니었다. 강 리더는 이미지 검색 분야에서 구글의 기술 우위는 인정하면서도, 구글에 대해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타오바오에 대해서는 스스로 열변을 토했다.

사진=백종모 기자
사진=백종모 기자

 

취재진이 "현재 (이미지 기술에서) 네이버가 70점이라면, 구글은 몇 점이라 보는가"라고 묻자 강 리더가 먼저 "구글 렌즈가 아닌 어떤 중국 회사와 데이터를 비교하고 있다"며 말을 꺼낸 것이다.

"우리가 70이라면 '그 회사'는 75점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예전부터 비교했는데, 최근에 '그 회사' 값이 많이 좋아져서 놀란 상태구요. '그 회사'의 경우 같은 데이터를 넣고 결괏값을 비교하는 것도 가능하더군요. 우리도 그 부분을 실험 중이고 조만간 서비스화하려고 합니다. 지금 레벨에서 검색 결과 경쟁 상대로 삼고 있는 '그 곳'이…"

취재진은 '그 회사'에 대해 궁금해할 수밖에 없었다. "B사이냐, 아니면 T사이냐"며 재차 질문이 나왔다.

강 리더는 "제가 직접 밝히기는 그런데… "라며 웃었다. 그리고 말을 이어갔다.

"그 회사는 타오바오가 맞습니다. 아시겠지만 중국이 엄청나죠. 센스 타임 같은 회사를 보면 얼굴 인식을 연구자만 300명이 넘습니다. 타오바오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검색이 잘 된다는 생각을 못했습니다. 먼저 바이두 쪽을 보고 있었는데 검색 결과가 좋은 편은 아니라 생각했습니다. 타오바오의 경우 상품과 패션에만 국한돼 있는데 쇼핑 렌즈와 유사합니다. 적어도 쇼핑 쪽에서는 타오바오를 경쟁 상대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타오바오의 이미지 쇼핑 검색 기술 / 사진=알리바바 홈페이지
타오바오의 이미지 쇼핑 검색 기술 / 사진=알리바바 홈페이지

 

센스 타임은 기업 가치가 30억 달러(3조2천억원)로 평가받는 인공지능 관련 스타트업(신생 기업)이다. 알리바바가 이끄는 컨소시엄(조합)으로부터 6억달러(6462억원)의 투자를 받은 바 있다.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진행됐다. "(센스타임에 비해)연구진 수나 데이터 확보 측면에서 밀리면 격차가 계속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는 질문이 이어졌다.

강 리더는 "고민이 거기에 있다. 중국이 더 무서울 수 있다. 구글은 문제를 고상하게 푸는 성향이 보인다. 반명 중국은 공격적이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타오바오가 10억에 육박하는 상품 데이터를 갖고 있다고 들었는데, 올해는 더 늘었을 것이다"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데이터 커버리지(영역)에서 타오바오가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며 격차를 인정했다. 

강 리더는 "내부적으로 기발한 방법을 시도해서 격차의 심화를 막으려 하고 있다. 올해 내에 어떤 시도가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네이버가 이렇게 이미지 쇼핑 검색에 열을 올리는 것은, 이 기술을 미래 먹거리 수단으로 중요하게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진=백종모 기자
사진=백종모 기자

 

네이버의 쇼핑 서비스인 '네이버쇼핑'은 지난해 4분기 2조8000억 원의 거래대금을 기록했다. 월평균 거래대금이 6933억 원으로, 온라인쇼핑몰 업계 1위인 11번가(월평균 거래액 7000억원)에 육박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4분기 올해 1분기 쇼핑 관련 지표는 밝히지 않았지만, 지속 성장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는 지난 2000년 '가격 비교' 서비스로 쇼핑 분야에 뛰어들었고, 2014년에는 네이버쇼핑 내에 오픈마켓 '스토어팜' 기능을 추가했다. 네이버가 쇼핑 분야에서 성공을 이룬 것은 시장 점유율 73.9%(2016년 기준)에 달하는 높은 검색 점유율 덕분이었다. 그만큼 쇼핑 검색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딥러닝 기술의 발전으로 검색 기능은 문자 기반에서 이미지 기반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네이버로서는 뒤쳐져서는 안되는 부분이다.

타오바오는 쇼핑사이트로서는 가장 먼저 이 기능을 도입했다. 2011년에 PC에서 구현되는 이미지 검색 기능 '투시앙'을 처음 출시했으며, 2014년에는 모바일 앱에도 이 기능을 구현한 바 있다. 

백종모 기자 phanta@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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