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 포커스] 15년간 장애인과 함께 나눔콘서트 열어온 배일환 이화여대 관현악과 교수
[인물 포커스] 15년간 장애인과 함께 나눔콘서트 열어온 배일환 이화여대 관현악과 교수
  • 복현명
  • 승인 2021.04.07 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애인의 날(4월 20일) 앞두고 자선 독주회 개최·장애인 콘서트 총괄
배일환 이화여자대학교 관현악과 교수. 사진=이화여대.
배일환 이화여자대학교 관현악과 교수. 사진=이화여대.

[스마트경제=복현명 기자] #. “장애는 ‘디스에이블(할 수 없는, dis-able)’이 아니고 ‘디퍼런틀리 에이블(다를 뿐, differently able)’이라고 생각합니다. 장애인들의 연주를 들어보시면 노력과 열정만 있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을 느끼실 거예요”   

오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배일환 이화여자대학교 관현악과 교수는 “장애는 그저 다른 것이고 불편함일 뿐”이라고 말했다. 

배일환 교수는 15년 전부터 ‘장애·비장애와 관계없이 모든 예술인이 동참하여 사랑과 화합의 문화를 만든다’는 모토로 운영되는 문화외교자선단체 ‘뷰티플마인드’의 총괄이사로서 설립 초기부터 함께 하고 있다. ‘뷰티플마인드’는 전 세계를 돌며 장애인, 비장애인 연주자들이 한 무대에서 음악을 선사하는 ‘뷰티플 콘서트’와 장애인과 저소득층 대상 음악교육을 진행하는 ‘뷰티플마인드 뮤직아카데미’로 유명한 단체이다.

미국 줄리어드 학사, 예일대 음대 석사에 이어 인디애나대 음대에서 세계적 첼리스트 야노스 슈타커에게 첼로를 사사한 유명 첼리스트인 배일환 교수는 ‘뷰티플마인드’를 돕기 위해 직접 무대에 올라 다른 연주자들과 함께 세계 90여 개국에서 400회가 넘는 연주회를 진행해왔다.

관현악과 국악, 성악 등 음악 장르를 넘나들며 장애인 연주자도 비장애인 연주자와 함께 무대에 서서 세계 곳곳에 아름다운 선율을 전해왔다. 연주가 끝나면 방문한 국가의 단체에 1천불 이내의 선물을 기부하고 돌아오는 것도 특징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난해부터 창궐한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해 해외 공연은 전면 중단된 상태이다.

해외 연주회를 열지 못하는 대신 배일환 이화여대 교수는 작년부터 뷰티플 아카데미 소속 중증 장애인 연주자들의 취업 지원에 공을 들여왔다. 장애인들이 학업은 물론 취업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는 현실을 안타깝게 여긴 배 교수는 기업마다 장애인의무고용제의 적용을 받는 것을 눈여겨보고 직접 기업의 문을 두드리며 장애인 연주자들의 취업을 제안했다. 배일환 교수의 설득으로 증권사, 외국계 등 중소기업에 올해 2~4월에 8명이 잇따라 정규직으로 취직에 성공했다. 

배 교수가 처음 장애인과 함께 하는 공연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5년 연구년으로 미국을 방문했을 즈음이었다. 

그는 “자폐 장애인들의 연주 공연을 우연히 들은 기회가 있었는데 ‘삑삑빽빽’하는 악기 소리가 세계 어느 유명한 대가의 연주보다 아름답게 느껴졌습니다. ‘연주를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란 고민이 클 때였는데 깨달음을 얻었고 지금까지 장애인 음악교육의 길이 열리게 됐다”고 했다. 당시 미국에서 배 교수가 시작한 장애인 교육과 연주회는 현재 ‘뷰티플마인드’의 모태가 됐다.

배일환 교수는 자선 목적의 첼로 독주회를 오는 26일 교내 김영의홀에서 열고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한다. 수익금은 전액 이화여대 특수교육과에서 창업한 자폐 디자이너 기업 ‘오티스타’의 디자인 제품 구매에 활용되며 구입한 제품들은 미혼모 생활시설 ‘애란원’과 ‘뷰티플마인드’에 기부된다.

배 교수는 또 이화여대 학생처와 함께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교내 구성원을 위해 뷰티플 아카데미 소속 장애인 연주자들의 공연 영상도 제작해 온라인 송출할 예정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께서 ‘성공을 한다면 네 것이 아니며 남이 없는 물질이나 재능, 건강을 갖는다면 사회와 함께 하라’는 가르침을 주셨어요. 재능도 마찬가지여서 음악적 재능을 나누는 콘서트를 통해 사람들을 하나로 모아 힐링파워를 전하고 싶습니다”라고 언급했다. 

장애인 연주자들뿐 아니라, 아카데미에서 보조교사로 근무하는 청년 연주자들에게도 더 많은 취업 기회가 제공되고 이화인 중심의 연주 봉사단체가 만들어지는 것이 배일환 교수의 비전이다. 

특히 이화여대 음악대학은 클래식, 국악, 무용 등 모든 자원을 갖추고 있는 세계 최초, 최대, 유일의 음악대학으로서 교수, 학생은 물론 동창까지 참여시켜 순회 연주회를 펼친다면 아름다운 봉사와 나눔의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배 교수는 “코로나19로 모두 힘든 시기에 이화인들이 똘똘 뭉쳐 연주회를 연다면 이화의 이미지도 좋아지고 애교심도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 날이 오기를 기다립니다”라고 했다. 

 

복현명 기자 hmbok@dailysmart.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