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락을 팔아라] 무인화 시대에도 브랜드 인격화를 놓쳐선 안된다
[맥락을 팔아라] 무인화 시대에도 브랜드 인격화를 놓쳐선 안된다
  • 정지원 제이앤브랜드 대표
  • 승인 2018.03.13 16: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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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소셜미디어에는 정보가 넘쳐나고, 유통망에는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물건과 서비스가 넘쳐난다. 이른바 공급과잉의 시대다. 이러한 공급과잉 시대의 마케터와 창업가들이 해야할 일은 무엇일까. 바로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와 '왜'를 고민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브랜드 전문가인 정지원 제이앤브랜드 대표가 고객의 맥락을 살피고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는 지적 탐색 시리즈 '맥락을 팔아라'를 스마트경제에 연재한다.

사진=제이앤브랜드
사진=제이앤브랜드

실재(實在)하지 않은 것을 상상하여, 마치 진짜 그러한 것처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것에 인류는 참으로 익숙하다. 당장 책이 그러하지 않은가? 글이란 코드는 뇌로 들어와 다양한 방식의 정보로 다시 변환된다. 소설을 읽으면, 그것이 허구임에도 진짜처럼 감정이입을 한다. 사서를 읽는다는 건 또 어떤가? 과거의 정보가 후대로 전송되는 일종의 메신저가 아닌가. 사람들은, 정보만으로 실체의 이미지에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를 보면 브랜드에 퍼스널리티란 개념이 적용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것 같다. 브랜드란 애초에 제품간의 식별이 목적이었고, 그런 브랜드가 넘쳐나기 시작하니 자연스럽게 차별이 중요해졌다. 그냥 보이는 것들이 한눈에 구분되어 보이는 시기를 지나, 도드라지는 몇몇만이 눈에 띄어 살아남는 시기가 된 것이다. 그렇다 보니 개성적 특성이 중요하다. 다만 브랜드는 그저 제품이나 서비스로서의 편리함과 같은 기능적 특성에 머무르지 않고 인격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마치 사람과 같은 의인화된 성격으로서 친절함이나 크리에이티브같은 이미지가 덧입혀졌다. 물론 이것을 수용되는 것도 성공적이었다. 브랜드 이미지와 본인을 동일시하는 현상까지 도달했으니 말이다.

사진=제이앤브랜드

 

인간화되고픈 브랜드와 무인화되는 서비스

여기서 중요한 지점은, 브랜드가 인간적 특성을 얻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건 확실히 브랜드가 실체를 지닌 제품이나 실제로 경험할 수 있는 서비스 외에 관념적인 존재 영역을 확보한 지점이다. 브랜드는 스스로 화자가 되어서 이야기한다. 고객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죄송하다고 사과를 한다. 그리고 더 나은 브랜드가 되겠다고 약속한다. 여기서 (광고 모델은 있을지언정) 실제 사람은 없다. 사람처럼 느껴지는 브랜드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여기에도 중요한 전제가 있다. 그 브랜드를 만들거나 유지하고 관리하는 주체는 여전히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 무형의 관념은 실제 공급자 진영의 다수 사람들이 쓰고 있는 하나의 페르소나(가면)일 뿐, 사람 자체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브랜드와 그 안의 사람이 가깝게 투영될 뿐이다. (혹은 그렇게 믿게 만들 뿐이다.)

무인화 시대는 좀 다른 상황들이 펼쳐질 수 있다. 이미 기술은 그런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로봇이 피자를 굽고, 캐셔가 없어도 체크아웃한다. 호텔에서 룸서비스를 시키면 로봇이 찾아온다. 모든 대면 상황에서의 인포데스크는 합성음의 인공지능이 대신할 수도 있다.

무인화 시대가 다가오면 브랜딩 입장에서는 무엇이 달라질까? 브랜드 역시 기본적인 아이덴티티 설계가 달라질 것이라 생각된다. 아마 처음에는 새로운 경험이라는 측면에 집중할 것이다. 많은 무인화 서비스가 기술을 응용하거나 새로운 기술의 도입으로 가능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술이 보편화되는 건 때로 급물살을 탄다. 새로움이란 강점은 시간이 지나면 금방 휘발되어 버린다. 기술보다는 역시 사람에서 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안전 같은 사람들이 바라는 본원적인 가치들이다. 그리고 무인화가 주는 감정적 경험의 소거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무인화의 편리함이, 사람과 사람이 마주하며 느꼈던 특별하고 가치있는 감정이나 경험을 대체한다면 이를 호도해서는 안될 것이다.

결국 무인화라는 것이, 사람이 없음만을 강조하다 브랜드 자체에서 인격을 느끼는 과정마저 희석해서는 안된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다. 그 기술을 구현하는 사람이 있고, 그 기술을 누리는 사람이 있다. 소비하고 경험하는 프로세스에서 사람이 직접 등장하는 씬이 사라질 뿐이지만, 그렇기에 그 공백만큼 채워낼 브랜드로서의 인간적 특성은 더 크게 요구될 수 있다.

 

정지원 제이앤브랜드 대표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전공했다. 디자인파크 아이덴티티 기획팀을 거쳐 브랜드메이저, 스톤 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이 시대에 필요한 브랜딩 솔루션을 찾아내는 브랜드 컨설팅 업체인 제이앤브랜드(http://jnbrand.co.kr) 대표이사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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