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MC게임즈, 자사 직원 '페미니즘 사상검증' 후폭풍
[이슈] IMC게임즈, 자사 직원 '페미니즘 사상검증' 후폭풍
  • 최지웅
  • 승인 2018.03.29 15: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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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넥슨
사진=넥슨

온라인 게임 ‘트리 오브 세이비어(이하 트오세)’의 개발사 IMC 게임즈가 직원 '사상검증' 논란에 휩싸였다.

이번 논란은 최근 일부 게임 이용자들이 '트오세'의 원화가로 일하는 직원 A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용을 문제 삼고 퇴출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직원 A씨가 극단적 페미니즘 커뮤니티 사이트인 '메갈리아'와 관계됐다는 의혹 때문이다.

해당 게임 이용자들은 직원 A씨가 여성민우회, 페미디아 등의 트위터 계정을 팔로우하고 낙태죄 폐지 주장, 생리대 가격에 대한 문제제기 글을 리트윗하거나 '좋아요'를 눌렀다는 이유로 '극단주의 페미니스트'로 몰아세우며 비난했다.

이에 게임 개발사 IMC 게임즈의 김학규 대표가 이번 사태의 진상을 파악하기 위해 직원 A씨와 면담을 진행했고, 지난 26일 면담 결과를 트오세 게시판에 공개했다. 하지만 진상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A씨를 상대로 페미니즘 사상검증을 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논란을 더욱 키우고 말았다.

공개된 면담 결과에 따르면 김 대표는 A씨에게 "여성민우회, 페미디아 같은 계정은 왜 팔로우했는가요", "한남이란 단어가 들어간 트윗을 리트윗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과격한 메갈 내용이 들어간 글에 마음에 들어요를 찍은 이유는 무엇인가요"라고 질문했다. 네티즌은 이러한 질문이 사상 검증과 무엇이 다르냐고 비판했다.

논란이 된 면담 내용 / 사진=트리 오브 세이비어 공식홈페이지
논란이 된 면담 내용 / 사진=트리 오브 세이비어 공식홈페이지

'메갈' 의혹에서 사상검증으로 논란이 확대됨에 따라 이번 사태는 게임업계를 넘어 여성혐오, 성차별 등 사회 전반의 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 26일 한 시민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임업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성차별적인 사상검증 및 검열 행위에 대하여 조사해 달라”는 청원을 올렸고, 여성민우회와 민주노총 등 인권단체들이 이번 사태에 반발하는 성명을 내기도 했다.

여성민우회는 27일 "게임제작사 imc게임즈의 노동권 침해 및 페미니즘 사상검증을 규탄한다"라고 입장문을 발표했다. 입장문을 통해 여성민우회는 “사측이 직무와 무관하게 노동자의 정치적 입장을 검열, 판별, 검증하여 유무형의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노동권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성평등과 인권이라는 근본적 가치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후퇴시키려는 시도를 거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도 같은날 성명을 통해 “여성을 ‘반사회적인 사상’에 물든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해고까지 불사하겠다는 여성혐오를 그대로 드러낸 이 게시글은 여성들에게 크나큰 충격과 공포를 주고 있다”며 “IMC 게임즈는 지금 당장 여성노동자에 대한 사상검증과 전향 강요를 중단하고 성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태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자 김학규 대표도 결국 두 손을 들었다. 김 대표는 27일 트오세 게시판에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리려고 했다가 오히려 불편함을 드리게 됐다”며 “한국여성민우회와 페미디아를 언급한 것은 잘못됐다. 두 단체와 모든 유저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사과문을 올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게임계에 만연한 여성혐오 문화가 단적으로 드러난 사례”라며 “게임업체들이 이용자들의 하차 요구에 따라 계약 해지나 고용 불이익을 반복한다면 이는 개인 양심의 자유와 노동권 등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학규 대표와 담당 원화가의 면담 내용 전문

안녕하세요, IMC게임즈 대표 김학규입니다.

오늘 논란이 된 메갈 트위터건에 대해 사내에서 진행된 담당 원화가와의 면담과 이후 상황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전제로써 말씀드리고 싶은 사항이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자유민주주의 사회이며, 언론의 자유와 개인의 양심의 자유가 존재합니다.

하지만, 그 자유에 대해서는 그에 맞는 책임이 뒤따르기에, 사회적 분열과 증오를 야기하는 반사회적인 혐오 논리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방지와 대응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이와 관련된 유저들의 항의에 대해서는 겸허히 수용하고 문제의 근원을 최대한 제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 부분을 염두에 두고 논란의 당사자가 된 성혜진씨와 면담을 진행하였습니다. 만약 정말로 담당자가 그런 생각을 바닥에 깔고 작업하는 사람이라면 동료로서 같이 일하는 것이 곤란할 수 있겠다고도 생각했기에 어떤 입장인지 정확히 알고 싶었습니다.

면담의 결과는 성혜진씨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사과문대로 성혜진씨는 메갈의 주장이나 가치에 대해 동의하지도 않고, 그런 활동에 동참한 적도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습니다.

성혜진씨가 가장 많은 영향을 주고 받은 동료 원화가들은 AD 안정원씨를 비롯한 IMC 의 TOS 원화팀 멤버들이고 역시 제가 알기로는 메갈과는 관계가 없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왜 그런 문제가 될 내용이 리트윗되었고, 문제가 될 계정을 팔로우하고 있었는가에 대해 당사자에게 직접 물어보았고 그 답변은 아래와 같습니다.

Q(김학규) : 여성민우회, 페미디아 같은 계정은 왜 팔로우했는가요?

A(성혜진) : 여성민우회 같은 경우 계정을 정리하면서 제가 팔로잉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여성민우회 같은 계정은 후원을 받고 있는것도 이제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예전에 문제가 되었던 생리대 문제, 성폭력과 관련된 문제를 다룬다고 생각하여 깊게 생각하지 않고 팔로잉을 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페미디아같은 경우는 막연히 좋은 방향의 (변질되기 이전의) 페미니즘에 관련된 거라 생각했었고 이 또한 깊게 생각하지 않고 팔로잉을 누른 것 같습니다. 진짜 언제 했는지도 기억도 잘 안나는 팔로워 계정입니다.

Q(김학규) : 한남이란 단어가 들어간 트윗을 리트윗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성혜진) : 그 당시의 판결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리트윗을 하였습니다. '한남'이라는 단어가 들어갔기 때문에 리트윗한 것이 아닙니다.

Q(김학규) : 과격한 메갈 내용이 들어간 글에 마음에 들어요를 찍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A(성혜진) : 이 글 하나인줄 알았습니다.타임라인에서 글이 많은 경우 접혀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밑에 과격한 글들이 포함되어 있는 것은 저도 이제서야 알게 되었고 그때 확인하지 않고 마음을 찍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면담을 끝내고 나서도 많은 고민을 하였습니다.

성혜진씨가 리트윗했거나 좋아요를 눌렀던 스레드의 일부, 팔로우를 했던 계정들만 모아서 캡춰한 스샷만 보고 있으면 전형적인 메갈 계정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성혜진씨 트위터의 타임라인을 보면 대부분 그냥 그림이나 사진에 대한 내용들이 대부분입니다.

사과문 이후 관련된 글이 지워지거나 언팔된 것도 논란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사과문에서 문제가 될 계정을 삭제하고 차단하겠다고 약속한 바를 따른 것 뿐입니다.

그런 사항과 면담 내용으로 미루어 볼 때 위에 옮겨놓은 성혜진씨의 대답이 변명에 급급하여 지어낸 글이 아니라 정말로 민감한 사회적 이슈에 대한 무지나 무관심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논란 이후 게시판의 글들이나 덧글을 보면 다른 회사에서 문제가 되었던 원화가의 작업내용을 삭제하고 계약을 해지했던 것처럼 IMC에도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들을 다수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당사자가 정직원이기 때문에 회사에서 쉽게 해고가 곤란하다던가 하는 문제를 떠나서, 정말로 반사회적인 사상을 추구하는 사람은 동료로써 함께 일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성혜진씨는 그런 문제가 거리가 먼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한남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트윗을 1건 리트윗한 것, 변질되기 전 의미의 페미니즘과 메갈을 구분하지 못하고 관련된 단체나 개인을 팔로우한 것 등은 실수일 수는 있지만 직장을 잃어야 할 정도의 범죄 행위라고는 생각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쉽게 의심의 눈길을 거둘 수 없는 이유가 있다면 이전에 메갈과 관련된 인물들이 당장 문제가 되니 사과문으로 면피를 했다가 뒤에 가서는 다시 본색을 드러내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였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지속적이고 전사적인 교육을 비롯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약속을 유저 여러분께 드리고 싶습니다. 이런 문제에 있어 끝없는 경계와 주의 외에 다른 해결책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TOS 가 런칭 이후 버그와 밸런스, 운영의 미숙 등으로 많은 부족한 점을 보여 드렸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성원해주시는 유저 여러분들을 위해 최적화, 콜로니전 등의 PVP 시스템 추가, 신규직업의 지속적 출시, 리밸런싱 등 열심히 준비해가고 있던 과정에서 이런 논란이 터져나오게 되어 당혹스러운 심정입니다만, 저희 개발진들의 진심을 믿어 주시고 응원을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김학규 드림


김학규 대표의 사과문 전문

안녕하세요, IMC게임즈 대표 김학규입니다.

3월 26일자 공지에서
유저님들이 관심 가지신 상황을 있는 그대로, 좀 더 자세히 설명드리려고 했다가 오히려 불편함을 드리게 됐습니다.
한국여성민우회와 페미디아를 언급한 것은 잘못됐습니다.
두 단체와 모든 유저님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크게 반성하겠습니다.

김학규 드림

jway0910@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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