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경영과 3세 일탈 분리해서 봐야”
[스마트경제] 버닝썬 게이트 이후 연예계를 중심으로 마약 사건 보도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대기업 총수 자제들도 대마 및 변종마약을 사들여 흡입한 정황이 드러나 기업 이미지에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
24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현대가(家) 3세 정모(30·구속) 씨는 대마를 흡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8남 정몽일 현대엠파트너스(옛 현대기업금융) 회장의 장남이다.
인천경찰청 마약수사대는 22일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정 씨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인천지법 이종환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다음날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최근 정 씨 주거지 압수수색에서 주사기와 알코올이 묻은 솜을 발견했다. 이는 대마 외에 향정신성의약품(향정) 등 다른 종류의 마약을 투약했을 가능성이 드러난 것이다.
경찰은 정 씨에게 여죄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집에 주사기를 보관한 이유 등에 대해 집중 수사할 방침이다.
SK그룹 창업주 고 최종건 회장의 장손이자 고 최윤원 전 SK케미칼 회장의 외아들 최모(31) 씨는 정 씨와 지난해 대마초를 함께 흡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씨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정 씨가 소개해준 이모(27) 씨 등으로부터 18차례에 걸쳐 대마초와 액상대마를 구입해 흡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지난 3일 구속됐다.
또한 남양유업 창업주 고 홍두영 전 명예회장 외손녀인 황하나(31) 씨도 마약을 복용한 혐의로 6일 구속됐다. 황 씨는 2015년 마약을 수차례 투약하고 지난해 의사 처방이 필요한 향정신성 의약품을 불법 복용한 혐의를 받는다.
재계 관계자들의 재벌가 3세들의 일탈로 그간 기업이 쌓아올린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물론 일부는 회사 경영과 무관하다. 하지만 창업주와 친인척 관계이라는 점,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하면 사건과 기업을 분리해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최 씨의 경우 지주회사인 SK㈜ 지분 0.2%(14만2300주)를 보유하고 있다. 2017년 말부터 그룹의 부동산개발업체 SK디앤디 인사팀(HR 파트)에서 매니저로 근무 중이다. 뿐만 아니라 2014년부터 SK디스커버리(전 SK케미칼) 경영지원실에서도 업무를 병행하는 등 사실상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무엇보다 최 씨는 최태원 SK 회장이 지난해 11월 경영지원에 대한 보답차원에서 친족들에게 329만주(4.68%)를 증여했을 당시 35만3518주를 받은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각종 갑질 사건 등으로 반기업 정서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마약 관련 사건에 연루돼 당혹스러운 상황”며 “개인의 일탈과 기업 잘못을 분리해서 봐주길 바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변동진 기자 bdj@dailysm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