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석 변호사의 IP・IT]  MBC 드라마 ‘김수로’ 극본 무단출판 사건 - 2차적저작물
[전용석 변호사의 IP・IT]  MBC 드라마 ‘김수로’ 극본 무단출판 사건 - 2차적저작물
  • 스마트경제
  • 승인 2019.10.08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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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적저작물이라고 들어 보셨나요? 

원저작물을 기초로 하되,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직접 감득성)을 유지하고, 여기에 수정•증감을 가하여 새로운 창작성을 부가(실질적 개변)한 것을 말합니다. 번역저작물, 편곡저작물, 각색저작물이 대표적인 2차적저작물입니다. 

IT분야에서는 원래의 소프트웨어를 변형한 소프트웨어(2차적저작물)와 관련하여 문제가 많이 발생합니다. 2차적저작물작성권은 원저작물의 저작자, 즉 원저작자에게 독점적으로 귀속되므로, 원저작자의 허락 없이 2차적저작물을 작성(창작)하면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에 해당합니다.

이번에는 2차적저작물 관련 쟁점을 많이 담고 있는 MBC 드라마 ‘김수로’ 극본 무단출판 사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쟁점은  (1) 사후(事後) 참여에 의한 공동저작물의 성립 가능성,  (2) 2차적저작물에도 성명표시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 (3) 2차적저작물에도 동일성유지권의 효력이 미치는지 여부입니다.

 

사실관계

A는 MBC 드라마 ‘김수로’의 총괄・기획자이고 B는 드라마 제작사 대표입니다. 

A와 B(이하 ‘A측’)는 드라마 극본작가인 C와 32회분으로 예정된 ‘드라마 극본집필계약’을 체결하였고, 출판사인 D와는 드라마 극본을 각색한 ‘소설 출판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런데, C가 1회부터 6회까지의 드라마 극본을 집필한 무렵 A측과 C는 집필료 등에 대해 다툼이 생겼습니다. A측은 C에게 극본집필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하였고, C는 A측의 해지 주장이 부당하다고 다투었습니다. 

이에 A측은 드라마 극본의 완성을 위해 C가 아닌 다른 드라마 작가와 극본집필계약을 체결하여 7회부터 32회까지의 극본을 집필하도록 하였습니다.

1회부터 32회까지의 드라마 극본이 완성되자 A측은 출판사 D에 드라마 극본을 제공하며 각색소설 ‘철의 제왕 김수로’를 출판하도록 하였고, 이때 소설의 원작자를 C의 이름이 아닌 ‘MBC 주말특별기획 <김수로> 원작’으로 표시하도록 하였습니다.

C는 A측을 고소하였습니다. 검사는 A측이 C의 저작재산권인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하였고, C의 저작인격권인 ‘성명표시권’ 및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A측을 기소하였습니다.

 

쟁점1: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 여부

검사는 A측이 C의 원저작물인 “1회부터 6회까지의 드라마 극본”을 포함한 드라마 극본 전체를 출판사 D에 제공하고 이를 각색한 2차적저작물인 “소설”을 출판하도록 한 것이 C의 ‘2차적저작물작성권’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기소하였습니다.

드라마 ‘김수로’의 극본 중 1회부터 6회까지의 극본은 C가 창작한 것인데(원저작물), C의 허락을 받지 않은 채로 이를 소설 ‘철의 제왕 김수로’(2차적저작물)로 각색하여 출판하게 한 것이므로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A측은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을 하였습니다. 

1회부터 32회까지의 드라마 극본 전체가, 1회부터 6회까지 집필한 C와 7회부터 32회까지 집필한 후속 작가의 ‘공동저작물’에 해당한다고 주장한 것입니다.

만일 드라마 극본 전체를 ‘공동저작물’로 볼 수 있다면 공동저작자 중 1인인 C와 합의 없이 ‘공동저작물’인 드라마 극본을 소설로 각색하여 출판하게 하였더라도, 이는 공동저작물에 관한 저작권의 행사 방법을 위반한 행위가 되는 것에 그칠 뿐, 저작권침해에는 해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A측의 주장을 배척하였습니다. 공동저작물이 되기 위해서는 C와 후속 작가 사이에 ‘공동창작의 의사’가 있어야 하는데 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였습니다. 판시 이유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2인 이상이 시기를 달리하여 순차적으로 창작적 기여를 하는 경우에 ‘공동창작의 의사’가 인정되려면  (1) 선행 저작자에게 자신의 창작 부분이 하나의 저작물로 완성되지는 아니한 상태로서 후행 저작자의 수정•증감 등을 통하여 하나의 완결된 저작물을 완성한다는 의사가 있고,  (2) 후행 저작자에게도 선행 저작자의 창작 부분을 기초로 하여 이에 대한 수정•증감 등을 통하여 하나의 완결된 저작물을 완성한다는 의사가 있어야 한다.

반면에 선행 저작자에게 자신의 창작으로 하나의 완결된 저작물을 만들려는 의사가 있을 뿐이라면 설령 선행 저작자의 창작 부분이 하나의 저작물로 완성되지 아니한 상태에서 후행 저작자의 수정•증감 등에 의하여 하나의 저작물이 완성되었다고 하더라도 선행 저작자와 후행 저작자 사이에 ‘공동창작의 의사’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 

C에게는 자신의 창작으로 하나의 완결된 저작물을 만들려는 의사가 있을 뿐이어서 C와 후속 작가 사이에 ‘공동창작의 의사’가 있다고 인정할 수 없다.”

 

결국, 2차적저작물작성권 침해 사실은 대법원판결에 의해 확정되었습니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쟁점2: 성명표시권 침해 여부

저작자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또는 저작물의 공표 매체에 그의 실명 또는 이명을 표시할 권리를 가집니다. 이를 성명표시권이라 합니다.

검사는 ‘2차적저작물’인 소설 출판 시 ‘원저작물’인 드라마 극본의 저작자 C의 이름을 표시하지 않고 ‘MBC 주말특별기획 <김수로> 원작’이라고 표시한 것이 성명표시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기소하였습니다.

1심 판결은 성명표시권 침해를 인정하였으나 2심 판결은 침해를 부정하였습니다. 3심에서는 상고이유에 포함되지 않아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원저작자가 2차적저작물에 대해서도 성명표시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해 논의가 있습니다.

부정설은, 원저작자는 원저작물(이 사건에서 ‘극본’)에 대해서만 성명표시권을 행사할 수 있을 뿐 2차적저작물(이 사건에서 ‘소설’)에 대해서는 성명표시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합니다.  
긍정설은, 2차적저작물에 대한 평가는 원저작물에도 미치기 때문에, 원저작자는 2차적저작물에 대해서도 성명표시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합니다. 

2심 판결은, 소설 ‘철의 제왕 김수로’는 원저작물인 C의 “1회부터 6회까지의 극본”을 기반으로 하였으나 독자적인 창작성을 가지는 2차적저작물인 이상 이에 대해 원저작자의 성명을 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성명표시권 침해로 볼 수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쟁점 3: 동일성유지권 침해 여부

저작자는 그의 저작물의 내용ㆍ형식 및 제호의 동일성을 유지할 권리를 가집니다. 이를 동일성유지권이라 합니다.

검사는 C의 동의 없이 ‘원저작물’인 “1회부터 6회까지의 극본”을 각색하여 ‘2차적저작물’인 “소설”을 작성한 것은 동일성유지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기소하였습니다.

1심 판결은 동일성유지권 침해를 인정하였으나 2심 판결은 침해를 부정하였습니다. 3심에서는 상고이유에 포함되지 않아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2차적저작물에도 동일성유지권의 효력이 미치는지'에 대해 논의가 있습니다.

부정설은, 동일성유지권은 원저작물 자체에 어떠한 변경을 가하는 것을 금지하는 권리이므로, 원저작물 자체에 변경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원저작물로부터 2차적저작물을 작성하는 경우에는 동일성유지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긍정설은, 원저작물을 복제하면서 함부로 저작물에 변경을 가하면 원저작자의 동일성유지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2심 판결은, 소설 ‘철의 제왕 김수로’는 원저작물인 C의 “1회부터 6회까지의 극본”을 기반으로 하였으나 독자적인 창작성을 가지는 2차적저작물인 이상, 2차적저작권작성권 침해로 볼 수는 있지만, 동일성유지권 침해로 볼 수는 없다고 하였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저작물을 처음부터 새로 창작하는 경우도 있지만, 기존에 존재하는 원저작물에 수정•증감을 가하여 2차적저작물을 창작하는 경우도 많이 있습니다.  

IT분야에서 소프트웨어 변형과 관련하여 2차적저작물 이슈가 자주 문제 되고 있습니다.

이때 2차적저작물 해당 여부 및 원저작물과의 관계 등을 검토하여야 합니다. 최근에는 성명표시권과 동일성유지권 주장도 빈번해져서 이 문제도 사전에 대비해 두어야 합니다.

사실 오늘 살펴본 MBC 드라마 ‘김수로’ 극본 무단출판 사건도 드라마 극본 집필계약 체결 시 적절한 계약서 검토를 받았다면 유죄 판결을 받는 것을 방지하는 방안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법무법인 KCL 전용석 변호사
법무법인 KCL 전용석 변호사

 

▨ 전용석 변호사 (법무법인 KCL)는 서울과학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지식재산권(IP) 및 IT 분야 전문 변호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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