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FCA 합병 추진, 세계 3위 부상… 국내차 업계 긴장 예고
르노-FCA 합병 추진, 세계 3위 부상… 국내차 업계 긴장 예고
  • 한승주
  • 승인 2019.06.02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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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양사 자동차 합계 생산량 870만대…합병 시 세계 3위 자동차업체
현대차그룹, 북미‧아시아 지역서 경쟁 불가피…미래차 경쟁도 뒤처져
르노삼성차 관련해선 긍정론과 부정론 엇갈려
합병을 추진 중인 피아트와 르노차의 로고. 사진=연합뉴스
합병을 추진 중인 피아트와 르노차의 로고. 사진=연합뉴스

[스마트경제] 이탈리아·미국계 자동차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FCA)가 프랑스의 르노자동차와 합병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국내 자동차업계가 받을 영향에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로이터·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FCA는 지난 27일 르노에 지분구조는 50대50으로 하고 네덜란드 소재 지주회사를 설립해 합병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FCA 주주들에게 25억유로의 특별배당금을 지급하고 FCA와 르노가 합병법인의 지분을 절반씩 갖는 방식이다.

르노도 이날 오전 프랑스 파리 인근의 본사에서 이사회를 연 뒤 “우리는 FCA의 제안 조항을 면밀히 살펴본 끝에, FCA가 제안한 사업 제휴의 기회를 관심을 갖고 연구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FCA와 르노의 합병이 성사될 경우, 새 법인은 제너럴모터스(GM)를 제치고 세계 3위 자동차 회사로 올라서게 된다.

양사는 주요 지역 시장과 기술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서 연간 50억유로(약 6조6000억원) 이상 시너지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FCA와 르노의 자동차 합계 생산량은 870만대에 달한다. 독일의 폭스바겐(1083만대), 일본 토요타(1059만대)에 이은 세계 3위 규모다.

여기에 르노의 현재 제휴 업체인 닛산과 미쓰비시의 생산량까지 더해지면 FCA와 르노의 합병 회사의 연간 생산량은 1500만대를 넘어서 세계 최대의 자동차 제작사가 탄생하게 된다고 FCA 측은 설명했다.

지프 브랜드와 함께 알파 로메오와 마세라티 등 고급차 브랜드까지 아우르고 있는 FCA는 픽업 트럭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앞세워 북미와 중남미 시장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르노의 경우 유럽이 주력 시장이지만, 일본 자동차 닛산과 미쓰비시와의 제휴를 통해 피아트가 고전하고 있는 아시아 시장에서도 상당한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자동차 업계는 르노와 FCA의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이들과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경쟁하는 현대차그룹에게는 거대한 경쟁사가 등장하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기준 739만대의 자동차를 세계 시장에서 팔아 그룹사 기준 5위에 올랐다.

FCA와 르노는 유럽에서, 닛산은 아시아권에서 영향력이 상당한 만큼 현대차그룹은 힘겨운 경쟁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다.

송선재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합병 성공 시 합병회사는 중저가부터 럭셔리 세단, 레저용차량(RV) 등 전 브랜드를 소유하게 된다”며 “지역적으로도 FCA가 강점을 가진 미국·남미·유럽뿐만 아니라 르노가 강점을 가진 유럽·아시아 등을 커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FCA는 자율주행차 기술, 르노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 기술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 합병이 성사되는 것에 따른 시너지효과까지 더하면 미래차 시장에서 선제적인 위치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서는 BMW와 벤츠가 전기차 분야에서 협업을 하는 것과 FCA와 르노가 합병을 추진하는 것처럼 현대차그룹도 글로벌 브랜드를 영입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점치고 있다.

가동이 멈춘 르노삼성 부산공장. 사진=르노삼성자동차
가동이 멈춘 르노삼성 부산공장. 사진=르노삼성자동차

업계는 르노삼성차에 관해서는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일단 르노와 FCA의 합병이 성사되면 르노삼성차 부산공장에서 새로운 차종의 생산이 가능해져 새로운 주요 생산기지로 부상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있다.

다만 르노삼성차 노사가 임단협 협상을 두고 갈등을 겪고 있는 점이 걸린다. 파업으로 인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축적될 경우 오히려 몸집이 커진 그룹사 내에서 존재감이 작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산공장 생산 규모가 연간 25만대인데 합병이 이뤄지면 1500만대 중에서 25만대가 되는 것이라서 입지가 위축될 수 있다”며 “또한 합병 이후 글로벌 네트워크를 재조정할 때 지금의 대립적 노사 관계가 악화한다면 불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차도 르노와 FCA의 합병이 아직 결정되지 않았고 그 영향에 대해서도 예측하기 힘든 만큼 말을 아끼고 있는 상황이다. 르노가 합병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 르노삼성차도 입장을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한승주 기자 sjhan0108@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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