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는 24일 경기도 판교 넥슨 사옥 일대에서 열린 2018 넥슨개발자콘퍼런스(NDC)에서 "경쟁사만 쫓다보면 쉽게 실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NDC의 환영사를 맡은 오웬 대표는 "게임 업계는 현재 경쟁사를 이기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다"며 "경쟁사가 특정 게임을 개발하면 모두 동일한 장르와 전략을 세우기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미래를 고민하기보다는 경쟁사가 무엇을 하는지 살피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우리의 비전이 아닌 다른 회사의 비전을 쫓게 된다"면서 "이는 결국 사고의 정체로 이어진다"고 덧붙였다.
사고의 정체는 창의적 활동을 중요시하는 게임회사에 매우 치명적이다. 오웬 대표 역시 "사고의 정체는 혁신의 정체를 의미한다"며 "혁신이 부족하면 성장을 더디게 만들고 회사를 실패로 이끈다"고 말했다. 역설적으로 경쟁사를 쫓는 일이 실패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오웬 대표는 이 같은 상황을 극복할 방법으로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혁신은 정말 어렵다. 혁신을 위해 실패는 물론 업계 동료로부터 조롱을 받는 리스크까지 감수해야 한다"며 "최신 트렌드를 넘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위해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그는 "혁신적인 게임이야말로 지속적인 성공을 가능하게 했고 게임업계의 창조적 한계를 뛰어넘게 한다"며 "게임업계의 혁신은 깊이 파고들어 근본적인 부분에 질문하는 것에서 시작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이날 NDC에서 오웬 마호니 대표와 진행한 인터뷰 내용이다.
- 이정헌 넥슨코리아 신임 대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 대표는 라이브 게임 운영 경험이 많고, 회사 내부적으로도 많은 존경을 받고 있다. 넥슨은 그동안 새로운 시대를 열어나갈 수 있는 인재를 찾았고, 최종적으로 이 대표를 선임했다. 그는 회사에 헌신하고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는데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회사 운영에는 압박이 따른다. 또 새로운 도전도 요구된다. 이러한 압박과 도전을 감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대표를 높이 산다.
- 넥슨 일본법인 대표직에 재신임됐다. 향후 일본 게임시장을 전망한다면.
일본은 PC 온라인게임이 강세를 보이는 한국, 중국과 전혀 다른 시장이다. 과거에는 콘솔 기반의 시장이었고, 단일 유저 중심의 게임이 주로 운영됐다. 최근 모바일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일본 시장에도 새로운 변화가 찾아올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일본에서도 멀티플레이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 일본법인 내 조직개편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2012년에 인수한 자회사 글룹스의 경우 브라우저 기반 모바일게임을 중심으로 성장한 회사다. 최근 부진을 겪고 있지만 능력 있는 인재를 활용해 멀티플레이 게임을 성장시키는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에서 유능한 개발자들을 일본에 데려와 개발을 진행하는 등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 NDC 환영사를 통해 혁신을 강조했다. 앞으로 넥슨의 인공지능(AI) 기술은 어떻게 활용되는가?
다양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예를 들면 아마존의 핵심 전략에도 AI가 있다. 아마존 사이트에 접속하면 아침과 저녁에 따라 다른 물품이 뜬다. 사용자의 행동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쇼핑몰이나 사이트도 AI를 핵심전략으로 삼고 있다.
현재 AI는 온라인게임에서 많이 사용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더 많이 활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임 운영자가 게임 내에서 특이점을 발견하고 특정 게이머에게 혜택을 준다면 그 작은 혜택이 게임 전체 밸런스를 무너뜨릴 수도 있다. 하지만 좋은 머신러닝 툴을 활용한다면 밸런스를 무너뜨리지 않는 운영 방법을 찾을 수 있다. 이는 사람이 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넥슨은 게임에 이 같은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연구를 지속적으로 이어가고 있다.
- 국내에서 넥슨의 신작 게임들이 부진을 겪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게임은 단기간의 성과보다 장기적으로 어떤 성과를 낼 수 있는지 봐야 한다. 때문에 새로운 게임을 개발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계속해서 창의적인 일에 도전을 해야 한다. 넥슨은 이러한 점에서 운이 좋은 기업이다. 장기적으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게임이 있기 때문이다. 기존 게임에 여러 아이디어를 적용해 새로운 재미를 만들 수 있다. 매번 새로운 게임을 출시해도 지속적으로 흥행할 수 있는 게임은 제한돼 있다. 하지만 넥슨은 실패하더라도 계속해서 노력하고 좋은 아이디어를 발굴해나갈 계획이다.
-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 등 일부 게임에 대한 매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넥슨은 모든 계열사를 하나의 회사로 생각한다. 피파온라인,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등 몇몇 타이틀의 장기적인 성과는 해외의 여러 게임회사들보다 더 좋은 편이다. 내부 조사에 따르면, EA의 경우 2017년 기준으로 2개의 게임이 매출 50프로를 견인하고 있다. 액티비전도 마찬가지다. 넥슨은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게임들의 리소스를 활용해 새로운 게임을 개발하는데 활용할 예정이다.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법인에 이러한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가 지난해 9월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빗을 인수했다.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는가?
90년대 초반 인터넷이 태동하던 시기, 언론은 인터넷이 모든 것을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인터넷은 많은 것을 바꿨다. 하지만 그들은 바뀐다는 것만 예측했고 어떻게 바뀌는지는 알지 못했다.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역시 비슷하다. 분명 많은 것을 바꿔 놓을 것이다. 다만 어떻게 바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다. 분명 게임에도 흥미롭게 적용되는 시기가 올 것이라 예상한다.
- 가상현실(VR) 시장은 어떻게 전망하나?
사실 VR은 투자 비용에 비해 이용자들의 경험 밸런스가 좋은 편이 아니다. 하지만 컴퓨팅 능력이 24개월 마다 두 배가 된다는 무어의 법칙처럼 앞으로 성능은 발전하고, 가격은 더 저렴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 지난 1월 출시한 모바일 게임 '야생의 땅 : 듀랑고'의 성적이 그리 좋지 않다.
듀랑고는 오픈월드 모바일 MMORPG이다. 첫 6개월과 향후 10년간의 성과가 다를 것이다. 앞서 환영사에서 혁신은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다. 실패를 무릅쓰고, 동종 업계의 조롱까지 감내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듀랑고의 매출에 대해서 걱정을 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는 것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새로운 시도를 계속하다 보면 업계가 성장하고 고객이 긍정적은 반응을 보인다. 이런 새로운 시도를 통해 회사는 성장하고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 넥슨은 이 같은 게임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갈 계획이다.
최지웅 기자 jway0910@dailysm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