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애플·페이스북, 금융 시장 '눈독'…왜?
아마존·애플·페이스북, 금융 시장 '눈독'…왜?
  • 최지웅
  • 승인 2018.05.22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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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금융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체 서비스를 통해 확보한 방대한 양의 고객 데이터에 인공지능(AI), 블록체인 등 신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금융 서비스로 차별화를 꾀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IT 기업들이 자체 금융서비스를 강화할수록 외부 금융회사들에 내는 수수료를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고객 소비 행태와 금융 결제 데이터를 보다 광범위하게 수집해 새로운 사업 전략을 수립하기에 용이하다고 장점을 꼽았다.

 

아마존·애플·페이스북, 금융시장 '눈독'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조만간 자체 금융계좌를 통해 돈을 관리하고 AI 비서인 '알렉사'와 연결해 개인간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이 회사는 자사 고객에게 당좌예금 계좌와 유사한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방안을 JP모건체이스와 캐피털원 등 유수 금융회사와 협의 중이다.

아마존은 그동안 전자결제서비스 '아마존페이'에 상당한 공을 들여왔다. 지난해 인수한 고급 식료품 매장 홀푸드에서 아마존페이를 활용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미국 금융기관들은 아마존의 은행업 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아마존이 JP모건 등 기존 금융업체와 협력을 모색하는 것을 다행스러운 움직임으로 판단하고 있다. 단독으로 금융업에 뛰어들기보다는 기존 업체에 노크하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애플은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와 손잡고 새로운 신용카드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애플은 그동안 투자은행인 바클레이스와 제휴해 애플 고객에게 무이자 대출과 포인트 적립 등 신용카드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하지만 앞으로 골드만삭스 제휴 카드가 이를 대체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신용카드는 빠르면 내년 초 애플 모바일 결제 서비스인 '애플 페이' 브랜드로 출시될 예정이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최근 애플은 아이폰 판매 둔화에 대응해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애플이 기존에 애플 페이 결제 중 0.15%를 수수료로 받았으나 골드만삭스 신용카드에서는 두 배 이상의 수수료를 가져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 개인정보 유출로 곤혹을 치른 페이스북은 자체 가상화폐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 위해 15년 만에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블록체인 전담부서를 신설하기도 했다. 또 페이스북은 메신저앱 사업을 이끌던 데이비드 마커스 부사장을 블록체인 총괄로 내정했다. 전자결제서비스 페이팔 대표 출신인 그는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이사를 겸직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페이스북은 "현재 블록체인 기술의 영향력을 살펴보고 있다"며 "새로운 조직이 이를 활용할 방법을 알아보는 중일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가상화폐 발행이 현실화되면 그 어떤 화폐보다 유력한 통화수단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페이스북 사용자 22억 명을 비롯해 인스타그램과 왓츠앱 사용자까지 페이스북이 발행하는 가상화폐 생태계에 흡수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IT 공룡들의 금융 시장 진출, 심각한 위협 못될 것

금융업을 둘러싼 업종 간 영역 파괴도 가속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은행은 은행끼리, 보험은 보험끼리 경쟁했다. 그러나 은행(bank)과 보험(assurance)을 결합한 말인 '방카슈랑스'가 등장하면서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그 중심에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등 거대 IT 기업들이 뛰어들며 기존 금융회사를 위협하고 있다.

이들 IT 업체는 금융업 진출을 통해 고객 소비 행태와 금융 결제 데이터 등 고객 금융 정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객의 금융 정보를 취득하면 향후 사업 전략을 수립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GBH인사이트의 대니얼 아이브 최고전략책임자(CSO)는 "거대 IT 기업들의 금융 시장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더욱 깊이 이해하기 위해선 금융 서비스 이용 데이터 수집만큼 효과적인 수단도 없다"고 말했다.

반면, IT 공룡들의 금융 시장 진출이 기존 금융업계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준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신규 업체가 진입하기에 금융업의 장벽이 워낙 높고, 비용도 많이 들기 때문이다. 금융업을 본격적으로 하려면 최소 자본 수준을 유지해야 하고, 금융권의 지역사회 기여도를 입증하도록 강제하는 ‘지역 재투자법’ 등 규제도 준수해야 한다.

벤 엘리엇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금융 애널리스트는 "IT 업체의 금융업 진출이 JP모건과 같은 대형 은행들을 실질적으로 위협하진 못할 것”이라며 “기술이 얼마나 뛰어나든지와 상관없이 규제의 부담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지웅 기자 jway0910@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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