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알렉사와 치열한 경쟁예고"…업그레이드한 예약기능도 선보여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옥철 특파원 = 구글의 인공지능(AI) 스피커 '네스트 허브 맥스'(Nest Hub Max)에 붙어있는 10인치 디스플레이가 매일 아침 당신의 얼굴과 마주한다.
"오늘 오전 10시 영업팀 미팅, 정오엔 바이어와 점심, 오후 5시엔 자동차 수리 예약…"
구글 AI는 여러 명의 가족 구성원 중 당신이 누구인지 알아보고, 당신이 미리 입력해놓은 캘린더 일정을 꺼내 시간 순서로 읽어준다.
구글이 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쇼어라인 앰피시어터에서 2019 구글 I/O(연례 개발자회의)를 열고 AI의 진화가 어디까지일지 그 비전을 제시했다.
이날 회의에는 전 세계에서 7천여 명의 개발자들이 몰려 시선을 고정했다.
릭 오스텔로 구글 제품서비스 담당 수석부사장은 '홈'이란 명칭을 떼버리고 '네스트'로 통일한 새로운 구글 어시스턴트 스피커를 소개했다. 네스트는 구글이 스마트홈 서비스를 위해 인수한 기업으로 '작은 구글'로 불린다.
더 커진 스크린, 더 좋아진 소리는 물론 걸어 돌아다니면서 영상통화를 걸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구글 스피커의 비디오 콜링 기능은 AI 스피커 시장의 선두주자 아마존 에코(알렉사)와의 경쟁을 더 치열하게 만들 것이라고 IT 매체들은 점쳤다.
미국 내 AI 스피커 시장에서 5대 중 4대는 아마존 알렉사 또는 구글 어시스턴트다.
HD 프런트 카메라가 있는 네스트 허브 맥스는 229달러(26만7천 원)에 내놓았다.
129달러짜리 보급형은 '구글 네스트 허브'로 리네이밍했다.
이날 선보인 새 AI 스피커 기능 중 단연 백미는 안면인식(Facial Recognition)이다.
'페이스 매칭 기능'으로 사람의 얼굴 윤곽선을 구별해낼 수 있다. 구글은 JBL, 레노버 그룹과 기술적으로 협업했다.
사용자 개인에게 일정을 보내주면서 대신 그 정보는 구글 서버에 남기지 않도록 했다. AI 스피커가 인지한 개인정보는 해당 사용자와의 소통에만 전적으로 쓰인다는 뜻이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도 이날 I/O 내내 구글이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힘쓰고 있음을 역설했다.
구글 맵은 사용자가 찾아보거나 직접 방문한 장소를 기록에 남기지 않고 은폐하도록 설계된다. 이른바 '인코그니토'(Incognito·익명)라는 프라이버시 컨트롤 프로그램으로 로케이션이 자동으로 삭제되도록 하는 것이다.
구글은 '프로젝트 유포리아'도 소개했다.
루게릭병(ALS) 환자의 언어치료와 의사소통을 돕는 AI 프로그램이다. 키보드로 의사소통을 자유롭게 하고, 구글 어시스턴트 버튼과 바로 연결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해 미용실 예약으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듀플렉스'는 새로운 버전으로 진화하면서 쓸데없는 논란을 피했다.
구글은 보이스 커맨드(음성명령)로 렌터카 업체에서 자동차를 빌리는 예약을 시연했다.
내셔널 카렌탈 웹사이트에서 AI가 온라인 신청서를 작성해 자동차 예약을 완료하는 것까지 매끄럽게 진행됐다.
같은 방식으로 영화 티켓 예약도 가능하다. 안드로이드 폰의 온라인 양식을 이용해 예약을 진행한다.
지난해 듀플렉스의 미용실 예약에서는 인간의 목소리를 흉내 내고, 이를 예약 상대방이 구별하지 못하면서 섬뜩한 논란까지 빚었지만, 올해는 예약기능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쪽에 집중했다.
구글은 삼성, 애플의 프리미엄 폰에 대항해 중저가 시장을 뚫을 새 스마트폰 픽셀 3a도 공개했다.
399달러(46만6천 원)의 단가로 갤럭시 S10, 아이폰 XS와 비교하면 절반 가격에도 미치지 않는다.
IT매체들은 "구글이 저물어가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빠져나와 핵심 기능만 갖춘 픽셀폰을 꺼내 들었다"고 평가했다.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