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D램 '반짝 강보합'·낸드플래시는 '하락 재개'
(서울=연합뉴스) 이승관 기자 = 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성장세가 지난해 말부터 꺾인 가운데 주요 제품의 가격 하락 추세가 최장 1년 이상 장기화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주요 생산업체들이 일제히 생산 축소와 재고 조절에 나서면서 올 하반기부터는 회복 국면에 접어들 것이라는 반론도 있어 시장 향배가 주목된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디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보고서에서 올 1분기 공급될 주요 D램 제품의 가격 협상이 시작됐다고 전한 뒤 "높은 재고 수준, 수요 부진, 비관적 경기 전망 등으로 인해 비교적 큰 폭의 하락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번 달에만 전달 대비 10% 이상 하락한 뒤 다음 달과 오는 3월에도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보고서는 "최근과 같은 수요 부진이 이어질 경우 가격은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것"이라면서 "이런 가격 하락 추세가 앞으로 4분기 이상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디램익스체인지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시장에 대해서도 "이미 약세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계절적 비수기에 접어들면서 수요는 더 줄어들고 있다"며 당분간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PC에 주로 사용되는 D램인 DDR4 8기가비트(Gb) 제품은 지난달 평균 7.25달러로, 전달보다는 0.83달러 올랐으나 지난 9월 고점(8.19달러)에 비해서는 10% 이상 낮은 가격에 거래됐다.
메모리카드와 USB 등에 주로 사용되는 128Gb MLC 낸드플래시는 지난달 1.7% 하락한 평균 4.66달러를 기록했으며, 낮은 사양의 SLC 낸드플래시는 한달 동안에만 10% 이상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도 지난 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난해 11월 전세계 반도체 시장 매출이 418억달러로, 전달보다 1.1% 줄어들어 9개월 만에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다면서 올해 성장세가 계속 둔화할 것이라도 예상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사이클이 과거와 같이 급격하게 요동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면서 이르면 오는 2분기, 늦어도 연말에는 다시 상승 국면에 재진입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관측도 내놓고 있다.
모바일용과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데다 4차 산업혁명의 화두로 여겨지는 자율주행, 인공지능(AI), 5세대 이동통신(5G)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수요가 계속 창출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최근 가격 하락세가 본격화하면서 메모리 생산업체들이 일제히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디램익스체인지는 보고서에서 이른바 'D램 빅3'로 불리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미국 마이크론 등이 일제히 제품 공급 증가율을 낮추는 동시에 재고 물량을 조절하기 위해 설비투자를 줄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메모리 업체들이 생산능력을 감축하면서 올 2분기부터는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면서 "최근 인텔의 PC용 중앙처리장치(CPU) 출하 차질로 인한 메모리 수요 감소 현상도 해소되면서 예상보다 빨리 수요가 회복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human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