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탐구] 밤의 등대 잊어라…게임업계 '워라밸' 열풍 분다
[K게임탐구] 밤의 등대 잊어라…게임업계 '워라밸' 열풍 분다
  • 최지웅
  • 승인 2018.03.1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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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고용노동부

게임업계에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워라밸' 열풍이 불고 있다. 오는 7월부터 시행되는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게임회사들이 일하기 좋은 기업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아직은 대형 게임사 위주로 워라밸 문화가 정착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현실화되면 점차 확산될 것으로 기대된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 엔씨소프트, 넥슨 등 대형게임사를 중심으로 ‘탄력근무제’, ‘유연출퇴근제’ 등 근무환경을 개선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먼저 넷마블게임즈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시행 중이다. 이 제도는 월 기본 근로시간 내에서 직원들 간 업무 협업을 위한 코어타임(10~16시, 점심시간 1시간 제외)을 제외하고 나머지 업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선택, 조절할 수 있다. 개인의 선택에 따라 직원들은 오후 4시 퇴근도 가능하다.

야간시간 및 휴일은 물론, 월 기본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무도 일체 금지한다. 만약 연장근무가 필요하다면 ‘사전연장근로 신청’을 해야 한다. 또 임신할 경우 근무시간을 2시간 단축해주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운영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출근시간을 오전 7시부터 10시까지 30분 단위로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유연출퇴근제’를 도입했다. 한주 40시간 근무를 원칙으로 하루 근무는 최소 4시간에서 10시간까지 선택적 조정이 가능하다.

연장근무는 한 주 12시간 이내로 제한했고, 집중적인 야근이나 휴일근무를 할 경우 ‘대체휴가’를 사용할 수 있다.

넥슨 역시 탄력적 출퇴근제를 실시하고 있다. 오전 8시부터 10시 사이에 출근하거나 맡은 업무에 따라 자유롭게 근무 시간을 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서버점검 등으로 새벽에 일을 해야 하면 일찍 출근해 근무량을 채우고 바로 퇴근할 수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오는 7월부터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주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하는 근로기준법 본격 시행을 앞두고, 게임업계가 잦은 야근과 밤샘 작업, 과로 등으로 악명이 높았던 기존의 근무문화를 과감히 정리하고, 임직원의 복지와 만족도를 높이는데 힘을 쏟고 있다"며 "삶의 질과 업무 효율성을 동시에 끌어올려 게임업계 전반에 새로운 근무문화를 전파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반면, 근로시간 단축으로 게임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통상 게임업계는 신작 출시나 대규모 업데이트를 앞두고 필연적으로 야근과 밤샘 작업을 강행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신규 게임 출시 직후 유저가 예상외로 몰리거나 사전에 찾아내지 못한 오류가 발생하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출시된 넥슨의 모바일게임 '듀랑고'도 예상보다 많은 이용자가 몰려드는 바람에 접속 오류가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는 데 며칠이 걸렸다. 이로 인해 산업 현장에 맞지 않는 비현실적 조치는 수정·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게임회사의 개발총괄팀장은 "게임 최종 출시 한두 달 전부터는 디버깅(오류 수정) 작업에 들어가는 시간만도 주 52시간 정도는 훌쩍 넘는다"며 "게임업계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법 때문에 제대로 마무리 작업도 안 거친 작품을 게이머들에게 내놓게 생겼다"고 반발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게임업계 특성을 고려해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근무제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력근무제는 일이 몰리는 때는 근무시간을 연장하고 일이 없는 시기에는 단축해 법정 근로 기준을 맞추는 제도이다. 현행제도는 2주 또는 3개월 단위로 탄력 근무제를 허용해 기업 경쟁력 저하를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관계자는 "현행 2주 또는 3개월 단위 제도로는 불·호황, 성·비수기, 계절성 등에 따라 수요 변동이 큰 사업의 경우에는 활용 자체가 어려운 한계가 있다"며 "국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1년 단위의 탄력 근무제를 업종별 특성에 따라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지웅 기자 jway0910@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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