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이정헌 대표 "게임과 가상화폐 연결 계획은 없다"
넥슨 이정헌 대표 "게임과 가상화폐 연결 계획은 없다"
  • 최지웅
  • 승인 2018.04.25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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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임기가 끝날 때까지 '카트라이더'의 캐릭터 '다오' '배찌'처럼 누구나 알고, 넥슨을 대표할 수 있는 인기 IP(지식재산권)나 캐릭터를 만들고 싶습니다."

넥슨코리아의 새 수장으로 발탁된 이정헌 신임대표가 25일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 2018' 행사의 일환으로 진행된 미디어토크에서 취임 소감을 밝혔다. 지난 1월 취임한 이 대표는 단기적인 숫자와 성장성에 급급하기보단 게임의 본질에 집중해 유저들에게 사랑받고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회사를 일군다는 각오다.

이 대표는 게임업계에서 ‘샐러리맨 신화’로 꼽히는 인물이다. 평사원으로 시작해 불과 15년 만에 CEO 자리에 오른 덕분이다. 2003년 넥슨코리아에 입사한 그는 이후 네오플 조정실과 피파실 실장, 사업본부장, 사업총괄 부사장 등을 지냈다. 현재 넥슨을 대표하는 게임인 ‘피파온라인3’의 출시와 흥행을 이끌었다. 또 모바일 게임 사업을 강화해 ‘HIT(히트)’ ‘다크어벤저3’ ‘AxE(액스)’ ‘오버히트’ 등 다양한 모바일 게임들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경험을 갖고 있다.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 사진=최지웅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 사진=최지웅

◆ 창업자 김정주 대표 만나다

지난 1월 신임 대표로 취임한 이 대표는 전임자인 박지원 전 대표를 통해 승진 사실을 처음 접했다고 털어났다. 그는 "(처음 승진 사실을 접하고) 10초 동안은 정말 좋았다. 하지만 그날 밤부터 굉장히 고민이 심했다. '임기 중에 회사가 망하면 어쩌나', '지금 잘되고 있는 프로젝트에 사고가 터지지는 않을까' 등의 생각으로 두려워졌다"고 말했다.

그때 김정주 NXC 대표가 두려움에 빠진 이 대표의 심정을 눈치라도 챘는지 이 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어찌보면 면접과 같은 자리였다. 게다가 김 대표와 단 둘이서 대화를 나누는 것도 입사 후 처음있는 일이었다.

이 대표는 "지금 회사가 매출 2조 원을 기록하고 있는데 (김 대표가) 앞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지 질문했고, '지금보다 매출 규모가 10분의1 또는 100분의1이 되면 회사가 변할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말해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다시 생각해보니 모든 고정관념을 내려놓고 원점부터 다시 생각해보라는 뜻으로 이해했다"며 "임기 동안 제 생각과 철학을 마음껏 펼쳐보라는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해석했다"고 덧붙였다.

사진=넥슨
사진=넥슨

◆ '듀랑고' 실패작 아니다

한때 돈과 넥슨을 합쳐 '돈슨'이라고도 불렸던 넥슨은 최근 몇년 간 과도한 과금을 없애고 독창성 있는 게임으로 승부할 수 있도록 하는 기반을 다져왔다. '야생의 땅: 듀랑고'와 착한게임으로 화제를 모은 '애프터디앤드' 등 이다. 이 신임대표는 부사장시절 '지스타 2014'에서 '돈슨의 역습'이라는 주제로 직접 발표를 하며 분위기 반전을 이끌어 온 인물. 재임기간에도 이 같은 기조를 이어가며 게임 본질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게임 회사들이 지금의 비즈니스모델로 천년만년 실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더 좋은 게임 더 사랑받는 IP를 만들어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에서 서비스를 어떻게 이어나갈지에 대해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트렌드를 쫓거나 경쟁사와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게임 출시를 지양한다는 방침이다. 넥슨의 다양성 DNA를 지키고 게임업계 맏형 역할을 이어가겠다는 것. 이를 위해 최근 회사를 스튜디오 체제로 개편하기도 했다. 게임 개발 초기 단계의 경우 외부 의견에 따라 프로젝트가 좌우되기도 하는 만큼 최대한 개발진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이 대표는 "세상에 없던 재밌는 게임을 만드는 개발사들을 주로 만나고 있다"며 "큰 규모에 대한 투자도 진행하겠지만 특색있는 인디게임 회사를 중심으로 투자와 상생,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독립 스튜디오 체제 개편

넥슨은 올해 이정헌 대표 부임 이후 지난 4월 개발조직을 독립적 스튜디오 체제로 개편했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사원으로 넥슨에 입사해 이 자리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화를 본 구성원으로서 넥슨의 발자취를 복기하면서 회사가 가고자 하는 방향성을 담아 조직개편을 시행했다"라고 밝혔다. 회사 내부에 소수 조직을 다양하게 만들어 각 조직의 의사와 개성을 존중하는 기존 개발 문화와 철학을 바탕으로 게임 시장의 변화에 더욱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조직을 개편했다는 설명이다.

(왼쪽부터)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정상원 부사장, 강대현 부사장 / 사진=최지웅
(왼쪽부터) 이정헌 넥슨코리아 대표, 정상원 부사장, 강대현 부사장 / 사진=최지웅

이 대표는 "독립 스튜디오에 자율적인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더욱 다양한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고 게임 출시 전까지 인큐베이션 기간을 길게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것"이라고 스튜디오 체제 개편에 대해 설명했다.

각 스튜디오는 독립적인 권한을 갖고 예산 한도 내에서 채용도 알아서 하는 구조다. 게임 개발에 있어서 의사결정 과정도 단순해졌다. 정 부사장은 자회사로의 분사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게임을 만들 때 결정 라인을 단순화하고 빠르게 가기 위해 조직을 개편한 것이며 다른 의도는 없다"라고 선을 그었다.

◆ '블록체인'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개발

이 대표는 신기술 개발과 이를 접목한 게임 발전에도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넥슨의 미래를 위해 주력으로 키우는 분야는 블록체인과 AI다. 넥슨은 강대헌 부사장을 중심으로 인텔리전스랩스를 운영 중이다. AI 기술을 활용해 이용자들이 더욱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예컨대 게임상에서 플레이어 마다 다른 직업군에 대한 선호도나 콘텐츠를 AI로 분석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 게임은 물론 IT업계 전반에서 주목 받고 있는 신기술 블록체인에 대한 기술 확보도 진행한다. 넥슨은 앞서 지주사인 NXC를 통해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가상통화 거래 사이트 코빗을 인수한 데 이어 유럽에서 유일하게 허가를 받은 가상통화 거래사이트 비트스탬프 인수를 타진하는 등 관련 사업 투자에도 활발하게 나서고 있다.

이 대표는 "인텔리전스랩스는 게임서비스에 접목할 수 있는 AI기술 R&D(연구개발)에 초점이 맞춰진 조직으로 더욱 즐거운 게임을 만드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블록체인의 경우 넥슨 차원에서 가상통화 사업을 펼칠 계획은 없지만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는 원천기술에 대해서 각 개발팀이 치열하게 연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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