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 희토류 협상 속 엔비디아 입장 선회…H20 칩 판매 신청 접수
"최고 성능 아닌 4순위 제품"…수출 통제 정책과 모순 우려도 제기

출처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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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경제] 엔비디아가 철수 방침을 밝혔던 중국 시장에서 H20 AI 칩 판매를 재개하기로 하면서, 그 배경에 희토류 관련 무역 협상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1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하워드 루트닉 미 상무장관은 현지시간 16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엔비디아의 H20 AI 칩 판매 재개는 현재 진행 중인 미중 간 희토류 무역 논의와 연계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AMD 또한 자사의 MI308 AI 칩을 중국 시장에 다시 공급할 계획이다.

H20 칩은 미국 정부의 수출 제한 조치를 피하기 위해 엔비디아가 개발한 제품으로, 그동안 미국은 자국의 핵심 기술이 중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AI 반도체 수출을 통제해왔다. 그러나 희토류 공급망에서 중국의 압도적인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번 재개 조치는 전략적 판단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희토류(rare-earth elements)는 전기차용 배터리, 고성능 자석, 반도체 등 첨단기술 제품에 필수적인 원료다. 특히 란타넘, 세륨 등은 대부분 중국에서 채굴되며, 미중 간 무역 협상의 핵심 이슈로 부상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미 하원의원은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는 중국에 최첨단 기술을 넘겨주는 것이며, 바이든 행정부의 기존 수출 통제 기조와도 심각하게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루트닉 장관은 “중국에 공급하는 것은 우리 제품 중 네 번째 수준의 칩”이라며, 전략 기술 유출 우려에 선을 그었다. 그는 “최고 성능도 아니고, 두 번째도 아니며, 세 번째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엔비디아는 최근 중국 시장을 겨냥한 신규 AI 칩을 설계 중이라는 소문이 돌았으며, 이는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규정을 위반하지 않으면서 사업을 재개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은 AI 칩 수출 규제 정책을 재정비 중이다. 지난 5월 트럼프 행정부는 바이든 정부의 AI 확산 규칙(AI Diffusion Rule)을 철회했으며, 이후 공식적인 후속 규정은 발표되지 않았다. 또, 태국과 말레이시아 등 제3국을 통한 밀수 우려로 추가 수출 제한이 검토되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15일(현지시간)부터 미국산 AI 칩에 대해 무역 허가제를 도입했다.

 

 

스마트경제 이종원 jwlee@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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