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이 기사 추천"…네이버·다음·구글 '동상이몽'
"인공지능이 기사 추천"…네이버·다음·구글 '동상이몽'
  • 이덕행
  • 승인 2018.05.1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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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포털 양대 산맥인 네이버와 다음이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를 제거한다. 최근 들끊고 있는 네이버 뉴스 댓글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한 타개책으로 풀이된다.

양사는 모바일 첫 화면에 검색창과 같은 검색 기능을 전면 배치해 기존 뉴스 콘텐츠를 대신할 예정이다. 특히 인공지능(AI) 기술을 적극 활용해 사용자의 이용 패턴을 분석해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반면, 구글은 지난 8일 AI와 머신러닝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뉴스 서비스를 발표했다. 네이버·다음과 달리 구글은 '퀄리티 저널리즘'을 강조하며 뉴스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울 전망이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
한성숙 네이버 대표

 

뉴스·실검 포기하는 네이버

네이버는 ‘드루킹’ 사건으로 여론 조작 논란이 커지자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빼기로 결정했다. 

현재 네이버의 초기 화면은 검색 창 아래 네이버가 직접 편집한 주요 뉴스 제목 5건과,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사진·동영상 뉴스 2건 순서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3분기 중으로 뉴스가 사라지고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도 사라진다.

뉴스는 초기 화면을 한번 밀면 나오는 ‘뉴스판’을 통해 보게 될 예정이다. 뉴스판에선 이용자들이 선택하는 언론사가 직접 편집한 주요 기사들이 노출된다. 언론사는 이용자가 선택할 수 있다.

더불어 네이버는 사용자들이 개인의 관심사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뉴스를 만날 수 있도록 '뉴스피드판'도 신설한다. 해당 공간은 네이버의 인공지능 추천 기술인 '에어스'로 운영된다. 이달 안에 AI 헤드라인 추천과 개인 추천 관련 사용자 대상 테스트를 진행할 계획이다.

네이버의 이 같은 뉴스 서비스 개편은 ‘드루킹 사건’으로 전체 뉴스의 70%가 소비되고, 모바일을 기준으로 3천만명이 이용하는 네이버가 여론 조작을 방치했다는 비난 여론을 배경으로 이뤄졌다. 또 네이버가 뉴스 편집권을 행사하는 게 온당한지 네이버와 언론사 사이의 수익배분은 공정한지에 대한 기존 언론들의 비판도 이어진 바 있다.

또 모바일 초기 화면 개편은 비단 뉴스 서비스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젊은층을 중심으로 네이버 이용자가 유튜브 등으로 이탈하는 상황을 반영한 사업모델 개편 필요성도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젊은 이용자들은 네이버에 왔을 때 원하는 정보가 없다는 말도 하는데, 지역·성별·연령에 따라 다 이용자의 성향이 다르다고 본다”며 “지금처럼 3천만명이 넘는 이용자들이 모두 동일한 뉴스를 보고, 모두 동일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보는 지금의 구조를 내려놓지 않고서는 네이버의 발전도 없을 것이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새롭게 신설된 '추천' 탭 / 사진 = 카카오
새롭게 신설된 '추천' 탭 / 사진 = 카카오

 

다음, AI 기반의 '추천' 탭 신설

카카오는 지난 10일 오후부터 자사가 운영하는 포털 다음에 모바일 첫 화면에 '추천' 탭을 신설했다. 추천 탭은 뉴스보다 왼쪽, 즉 첫 번째에 있다. 이전까지 첫 번째 탭이었던 '뉴스' 탭은 오른쪽으로 한 칸 밀렸다. 

현재는 기존 사용자를 고려해 다음 모바일에 접속하면 두 번째 탭인 뉴스가 기본값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사용자가 원하면 추천이 기본값으로 나타나도록 설정할 수 있다.

카카오 측은 "이용자가 설정에 따라 첫 화면을 추천 탭으로 설정할 수 있고, 향후 사용자 반응을 바탕으로 첫 화면으로 놓는 것도 검토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추천에 대한 사용자의 반응이 긍정적이면 다음 첫 화면에 뉴스 대신 추천 콘텐츠가 기본값으로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추천 탭에서는 기존 뉴스와 함께 카페·블로그·티스토리·동영상 등에 올라오는 다양한 콘텐츠를. 인스티즈, 보배드림, 인벤 등 외부 인기 커뮤니티의 콘텐츠도 함께 찾아볼 수 있다.

추천 탭에 표시되는 콘텐츠는 카카오의 AI 기술인 '카카오아이(i)' 추천 엔진을 적용해 선정된다. 사용자의 콘텐츠 소비 이력을 학습해 그에 맞춘 선호 콘텐츠가 제안된다. 다음 앱 이용 경험이 없다면 선호도와 무관한 일반추천이 적용된다. 카카오는 '딥러닝' 기술의 특성상 콘텐츠를 많이 소비할수록 추천 엔진의 능력과 정교함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포털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2015년부터 뉴스 서비스에 추천 엔진을 도입하는 등 AI 기반 콘텐츠 추천 기술에 자신감을 드러내고 있다.

 

뉴스에서 힘 뺀 다음·네이버…반쪽짜리 대처라는 비판도

다음의 이번 개편안은 지난 9일 발표된 네이버의 모바일 개편안과 유사하다. 네이버는 "올해 3분기 중에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 섹션을 없애고 검색 중심의 첫 화면으로 재편한다. 기존 뉴스는 새롭게 신설되는 '뉴스판(가칭)'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뉴스 편집권과 댓글 관리 권한, 광고 수익은 제휴 언론사에 넘겼다. 또한, 사용자가 기사를 클릭할 경우 언론사 홈페이지로 직접 연결되는 '아웃링크' 방식도 적극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드루킹' 댓글조작 사태를 계기로 포털의 뉴스 편집권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네이버와 다음은 뉴스 편집에 힘을 빼기로 했다. 국내 인터넷 포털을 양분하는 다음과 네이버가 뉴스 편집에서 손을 떼기로 선언한 만큼 포털 모바일 사이트에 접속하면 가장 먼저 보였던 5개의 뉴스는 앞으로 보기 힘들어질 전망이다.

하지만 이 같은 양사의 대응이 무늬만 그럴싸한 대처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사용자의 사용 이력과 관심사를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추천하는 기능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다른 플랫폼에서 일반화된 방식이다. 뉴스를 보여주는 방식만 다를 뿐 사용자가 뉴스를 소비하는 패턴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이번 개편안이 모바일에만 국한되어 있다. PC 웹에 대해서는 혁신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았다. 이미 적용해왔던 인공지능 추천 알고리즘을 확대 적용하겠다는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8일(현지시간) 열린 '구글 I/O2018'
8일(현지시간) 열린 '구글 I/O2018'

 

"뉴스는 핵심" 구글의 상반된 선택

반면 세계 최대의 검색 업체 구글은 두 회사와 반대되는 변화를 택했다. 구글의 순다 피차이 CEO는 미국시각으로 8일 열린 '구글 I/O2018'에서 '퀄리티 저널리즘'을 강조하며 "사람들은 질 좋은 뉴스를 얻고 싶어 한다. AI 기반 추천으로 사용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뉴스 5개를 자동으로 추천해주는 새로운 구글 뉴스 앱을 출시한다"고 발표했다.

구글 뉴스의 핵심은 AI를 통해 실시간 뉴스 내용을 분석해 사용자가 관심을 가질만한 5개의 맞춤 뉴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또한, 편향된 뉴스만 제공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출처에서 추출한 뉴스, 논평 및 사건 전체의 타임라인을 제공하는 '전체 콘텐츠' 기능도 추가했다.

얼핏 보면 두 회사가 서로를 벤치마킹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네이버와 다음은 뉴스에서 힘을 빼며 검색 위주였던 구글의 모습을 택했다. 반면 구글은 '뉴스는 우리의 핵심 미션'이라며 과거 네이버와 다음의 모습을 닮아가기로 선택했다. 'AI에 의한 추천'이라는 비슷한 방향성을 잡고 서로 다른 선택을 한 국내외 포탈의 변화가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관심이 집중된다.

이덕행 기자 dh.lee@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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