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 48'에서 보인 한일 아이돌의 실력 차에 대한 일본 언론의 반응은 어떨까? 일본 교육의 문제점이 지적되거나 1990년대 가수들까지 다시 거론 되는 등 꽤나 심각하다.
음악 전문매체 '리얼 사운드는' 19일 '프로듀스 48'의 일본 출연자들에 대해 "일본보다 무대 공연 자체가 중시되는 세계에서 스스로의 가치를 되물을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애교에 의지하는 일본 여성 아이돌의 최근 경향을 비판한 것이다.
이 매체는 “이러한 시점에 아무로 나미에, DA PUMP(다 펌프), 미우라 다이치, SPEED(스피드) 등의 가수를 떠올리고 싶다”고 전했다. 1990년대 데뷔해 전성기를 보낸 가수들이다.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는 일본에서 가수들의 실력을 중시하는 '아티스트 지향' 분위기가 있었다. 당시는 일본 대중음악의 전성기라 불리는 시기로, 대중 음반 판매량 기록이 모두 이 시기에 세워지기도 했다.
리얼사운드는 '오키나와 액터즈 스쿨'이라는 연예 양성 학원의 존재를 언급했다. 이 매체가 언급한 네 가수 모두 이 학원 출신이다. 이 학원은 1990년대 많은 연예인을 배출했지만, 현재는 명맥만 유지한 채 활동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9월 은퇴를 선언한 아무로 나미에는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다. 기사에는 이러한 실력파 가수들의 명맥이 이어지지 않은 현상에 대한 아쉬움이 묻어났다.
그중에서도 이 매체가 가장 주목한 가수는 SPEED다. 4인조 여성 댄스·보컬 그룹으로 1997년에 결성돼 총 5장의 정규 앨범을 발표했다. 리얼사운드는 "SPEED는 R&B, 펑크 등 해외 음악을 의식하면서도 독자성 있는 곡을 발표했고, 학원에서 단련된 노래와 춤으로 존재감을 발휘했다"며 "현재에는 10대 여성이 애교가 아닌 실력으로 관객을 압도하는 흐름은 이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리얼사운드는 "2010년대 여성 아이돌 붐 이후, 아이돌 그룹의 매력은 '기술을 능가하는 그 어떤 것'이라는 생각에 치우쳐졌다"며 "SPEED의 업적이 제대로 평가되었다면, 더 실력있는 아이돌이 평가받는 토양이 일본에도 탄생했을지 모른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주간지 '주간 겐다이'는 '프로듀스 48'의 5화까지의 리뷰 기사를 17일 게재했다. 이 매체는 "아키모토 야스시(AKB48 프로듀서)이 예상한 대로 K-POP과 AKB48의 기술 격차는 역력했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한일 출연자 간의 실력 차 외에도 대결 과정에서 나타난 의식 차이에 대해 주목했다. '프로듀스 48'에서는 팀을 이루어 리더와 센터 등 각 포지션을 정한 뒤 멤버들이 무대를 만들어 나간다. 이 과정에서 일본 출연자들의 자세가 소극적이며, 포지션 선정을 가위바위보로 하자는 등 책임감이 없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주간 겐다이는 이에 대해 일본 교육 정책까지 비판하는 등 심각하게 바라봤다. "(일본 정부가)다른 사람과의 커뮤니케이션과 협상 기술을 제대로 가르치지 않은 채 개성화 교육만 추진해, 자기애가 강하고 사회성이 부족해진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고토 모에, 시로마 미루, 무라세 사에, 시타오 미우 등은 고난도 춤과 발음 등을 극복하고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주목하기도 했다.
백종모 기자 phanta@dailysmar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