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하붑'은 가족사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자아가 상실된 영하가 존재를 치유해 가는 회복 과정을 그리는 서사로 인식하게되면서 부모의 이혼으로 내면의 성장이 마치 죽음처럼 멈추어버린 딸 영원의 고백들이 과감한 장면의 미장센으로 연결된다. 사진=극단 문지방 포토그래퍼 박태양 
연극 '하붑'은 가족사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자아가 상실된 영하가 존재를 치유해 가는 회복 과정을 그리는 서사로 인식하게되면서 부모의 이혼으로 내면의 성장이 마치 죽음처럼 멈추어버린 딸 영원의 고백들이 과감한 장면의 미장센으로 연결된다. 사진=극단 문지방 포토그래퍼 박태양 

[스마트경제] #. 올해에도 '거침없이 연극리뷰'가 스마트경제를 통해 매주 금요일에 연극, 뮤지컬 분야 평론가들의 거침없는 연극리뷰 시즌3를 연재한다. 

월간 ‘한국연극’ 편집주간이며 포스트드라마 권위자인 문학박사 김기란 평론가, 연극평론가 숭실대학교 백로라 교수, ‘한 줄도 좋다, 우리 희곡’의 저자이자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교양학부 객원교수 정수진 평론가, 전방위적인 비평과 연극평론을 하고 있는 대경대 연기예술과(연극영화과) 교수 김건표 평론가가 매주 릴레이로 연재한다(편집자주).

 

◇ 애리조나 모래폭풍을 건너는 현실과 환상의 로드무비

'하붑'은 강력한 모래폭풍이 불어오는 애리조나를 배경으로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는 영하(김승환 분)와 어린 딸을 잃고 상실감에 빠진 영원(영하의 딸/임태현 분)이 자동차로 애리조나를 횡단하며 딸을 찾아가는 여정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시작된다. 사진=극단 문지방 포토그래퍼 박태양 
'하붑'은 강력한 모래폭풍이 불어오는 애리조나를 배경으로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는 영하(김승환 분)와 어린 딸을 잃고 상실감에 빠진 영원(영하의 딸/임태현 분)이 자동차로 애리조나를 횡단하며 딸을 찾아가는 여정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시작된다. 사진=극단 문지방 포토그래퍼 박태양 

요즘 대학로에서 두 작품 '시추'와 '하붑'으로 주목받고 있는 30대 연출가는 부산 출신의 박한별(30)씨가 이끄는 극단 문지방이다.

두 작품은 몇 해 전 초연됐지만 올해 재공연되면서 극단 문지방에 대해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박한별 연출은 무대 공간에서 연극적인 구조를 만들어내는 연극성의 감각이 뛰어나고 드라마적 밀도와 서사를 병치하는 장면 구성에서도 연출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시추'에서는 셰익스피어의 '오셀로'를 오마주하며 인간의 질투, 배신, 열등감과 결핍, 거짓이라는 내면의 심리를 탐사하면서 생존 욕망으로 분열되는 불완전한 공동체의 붕괴를 그려냈다.

결핍과 열등으로 분열돼 가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 공동체의 붕괴, 욕망과 감정의 해체를 ‘시추’라는 은유로 응축해 보여주며 인간 내면의 심층적 구조를 연결하는 미장센으로 장면을 구조화하며 연출의 감각성을 보여줬다.

반면 '하붑'은 강력한 모래폭풍이 불어오는 애리조나를 배경으로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는 영하(김승환 분)와 어린 딸을 잃고 상실감에 빠진 영원(영하의 딸/임태현 분)이 자동차로 애리조나를 횡단하며 딸을 찾아가는 여정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시작된다.

연극 '하붑'은 강력한 모래폭풍이 불어오는 애리조나를 배경으로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는 영하(김승환 분)와 어린 딸을 잃고 상실감에 빠진 영원(영하의 딸/임태현 분)이 자동차로 애리조나를 횡단하며 딸을 찾아가는 여정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시작된다. 사진=극단 문지방 포토그래퍼 박태양 
연극 '하붑'은 강력한 모래폭풍이 불어오는 애리조나를 배경으로 비디오 가게를 운영하는 영하(김승환 분)와 어린 딸을 잃고 상실감에 빠진 영원(영하의 딸/임태현 분)이 자동차로 애리조나를 횡단하며 딸을 찾아가는 여정을 로드무비 형식으로 시작된다. 사진=극단 문지방 포토그래퍼 박태양 

무대는 스튜디오 방처럼 테이블과 탁자, 스피커와 스탠드 조명, 곳곳에는 애리조나 선인장도 보이고 생활용품과 하붑의 모래폭풍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알루미늄 배관 파이프 정도가 널려져 있다.

프롤로그부터 웨스트우드(정호원 분)가 등장해 영하와 미국 서부 개척 시대의 서부활극이 병치되고 아이를 찾기 위해 떠나는 과정에서 한때 전 국민이 소비했던 서부극의 액션물과 봉준호의 '기생충'기택(송강호 분)의 인디언 복장까지 소환하며 고전의 익숙한 장르 클리셰를 오마주처럼 배열한다.

탁자가 잃어버린 딸을 찾기 위해 애리조나를 횡단하는 자동차로 바뀌고 영원이 한 남자(영하)를 향해 ‘남편’이라고 부르며 딸을 찾아가는 시간의 장면까지 관객은 두 사람의 관계를 잃어버린 아이를 찾아가는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이민자 부부 정도로 생각하게 된다.

그 사이 장면은 서부극 시대처럼 금광을 찾아 미국을 개척해온 미국사회 국가적 성공 신화처럼 두 사람도 ‘하붑’이 몰아치는 낯선 땅의 삶은 마치 서부 개척 시대를 방불케 하는 이민자의 환상과 좌절, 이국땅에서의 상실감을 드러내는 정도로 생각하게 된다.

장면은 극적인 반전으로 영원이 잃어버린 딸이 부모의 가정사로 6세로 멈춰버린 자신의 존재라는 것을 눈치채고 영하가 아빠라는 사실을 알게 될 때 “ 딸이였어” 하는 반전으로 극의 몰입감을 높여준다.

연극 '하붑'은 가족사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자아가 상실된 영하가 존재를 치유해 가는 회복 과정을 그리는 서사로 인식하게되면서 부모의 이혼으로 내면의 성장이 마치 죽음처럼 멈추어버린 딸 영원의 고백들이 과감한 장면의 미장센으로 연결된다. 사진=극단 문지방 포토그래퍼 박태양 
연극 '하붑'은 가족사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자아가 상실된 영하가 존재를 치유해 가는 회복 과정을 그리는 서사로 인식하게되면서 부모의 이혼으로 내면의 성장이 마치 죽음처럼 멈추어버린 딸 영원의 고백들이 과감한 장면의 미장센으로 연결된다. 사진=극단 문지방 포토그래퍼 박태양 

그렇게 연극 '하붑'은 가족사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로 인해 자아가 상실된 영하가 존재를 치유해 가는 회복 과정을 그리는 서사로 인식하게되면서 부모의 이혼으로 내면의 성장이 마치 죽음처럼 멈추어버린 딸 영원의 고백들이 과감한 장면의 미장센으로 연결된다.

 

◇ 두 사람이 마주하는 트라우마와 상실의 치유

연극 '하붑'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거세당한 영원의 고백 서사 같기도 하면서 잃어버린 딸의 과거 시간을 통해 딸의 트라우마와 상실감을 회복해 가는 아빠의 로드무비 서사는 마치 거대한 폭풍 모래 속에서 잃어버렸던 서로의 트라우마와 아픔을 치유해 가는 영원의 꿈으로부터 시작된다. 사진=극단 문지방 포토그래퍼 박태양 
연극 '하붑'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거세당한 영원의 고백 서사 같기도 하면서 잃어버린 딸의 과거 시간을 통해 딸의 트라우마와 상실감을 회복해 가는 아빠의 로드무비 서사는 마치 거대한 폭풍 모래 속에서 잃어버렸던 서로의 트라우마와 아픔을 치유해 가는 영원의 꿈으로부터 시작된다. 사진=극단 문지방 포토그래퍼 박태양 

연극 '하붑'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거세당한 영원의 고백 서사 같기도 하면서 잃어버린 딸의 과거 시간을 통해 딸의 트라우마와 상실감을 회복해 가는 아빠의 로드무비 서사는 마치 거대한 폭풍 모래 속에서 잃어버렸던 서로의 트라우마와 아픔을 치유해 가는 영원의 꿈으로부터 시작된다.

자기반성적 고객들이 꿈처럼 재현된다고 할까.

'하붑'은 영원의 무의식 속에 내재한 성장기 트라우마에 대한 기억과 상실의 내면이 마치 현실처럼 애리조나 로드무비의 환상으로 그려지는 연극이다. 사진=극단 문지방 포토그래퍼 박태양 
'하붑'은 영원의 무의식 속에 내재한 성장기 트라우마에 대한 기억과 상실의 내면이 마치 현실처럼 애리조나 로드무비의 환상으로 그려지는 연극이다. 사진=극단 문지방 포토그래퍼 박태양 

'하붑'은 영원의 무의식 속에 내재한 성장기 트라우마에 대한 기억과 상실의 내면이 마치 현실처럼 애리조나 로드무비의 환상으로 그려지는 연극이다.

마치 두사람은 꿈처럼. 연극 '하붑'은 극중 인물의 성장기의 트라우마가 현실의 꿈처럼 서부극의 전형적인 클리셰(사막, 자동차, 실종, 여정)를 차용하면서 영하와 영원의 트라우마를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으면서도 이민자 가정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과 미국주의라는 허상을 서부극과 '기생충'의 인디언 복장까지 소환하며 아메리칸 드림의 망상을 전복적으로 드러낸다.

서부극은 성공할 수 없는 상실과 이민자들의 미국 사회에서의 단절된 감정을 재현하며 상실된 인생과 삶의 트라우마를 ‘회복하고 치유하는 여정’이 아니라 어찌 보면 ‘하붑의 땅으로 되돌아갈 수 없음’을 확인하는 여정을 그려내고 있다.

그럼에도 마지막 장면처럼 애리조나에 모래폭풍 하붑이 몰아쳐도 두 사람은 고글을 쓴 채 견딜 수밖에 없는 것은 애리조나 땅에서 견딘 선인장들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이 이민자들의 현실이다.

연극 '하붑'은 극 중 장면들을 극중 인물 영하와 영원의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이탈하지 않으면서도 그 두 세계를 유연하게 교차시키는 장면 구도, 서부활극의 장르적 클리셰를 극 마지막 지점까지 병치시키면서도 일관된 서사 구조로 몰고 가는 연극성과 장면 전환의 밀도감, 강렬한 음악적 서사의 은유, 몰아치는 배우들 에너지가 장점이다. 사진=극단 문지방 포토그래퍼 박태양 
연극 '하붑'은 극 중 장면들을 극중 인물 영하와 영원의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이탈하지 않으면서도 그 두 세계를 유연하게 교차시키는 장면 구도, 서부활극의 장르적 클리셰를 극 마지막 지점까지 병치시키면서도 일관된 서사 구조로 몰고 가는 연극성과 장면 전환의 밀도감, 강렬한 음악적 서사의 은유, 몰아치는 배우들 에너지가 장점이다. 사진=극단 문지방 포토그래퍼 박태양 

극 중 장면들을 극중 인물 영하와 영원의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이탈하지 않으면서도 그 두 세계를 유연하게 교차시키는 장면 구도, 서부활극의 장르적 클리셰를 극 마지막 지점까지 병치시키면서도 일관된 서사 구조로 몰고 가는 연극성과 장면 전환의 밀도감, 강렬한 음악적 서사의 은유, 몰아치는 배우들 에너지가 장점이다.

이러한 장점들로 연극 '하붑'은 두 인물의 실재 같은 기억, 상실과 환상의 중첩 위에서도 비극적 서사를 만들어내는 연출의 강렬함이 있다.

아쉬운점은 딸이 비로소 아빠라는 사실을 알게되는 시점부터 어린시절의 트라우마가 그려지는 장면은 설명적이다.

오히려 마지막까지 두 사람의 관계가 불확실하게 환상으로 달리는 로드무비였다면 어땠을까.

어차피 현실이 아닌 내면의 환상아닌가. 이 지점만 해결하면 희곡도 맥락적으로 설득력이 있을 것 같다.

 

[거침없이 미니 인터뷰] 박한별 연출가 “대학로에서 성공한뒤에는 부산에서 연극을 할겁니다”(인터뷰=김건표 대경대 남양주 캠퍼스 연기예술과(연극영화과) 교수, 정리=복현명 스마트경제 경제사회부 부장(대학교육부 겸직)

혜화동 1번지 극장앞에서 안경을 쓴 한 사람이 인사를 건네왔다. 박한별 연출가 였다. 공연이후에 대학로 달빛마루로 자리를 옮겨 얘기를 나눴다. 사진=극단 문지방 포토그래퍼 박태양 
혜화동 1번지 극장앞에서 안경을 쓴 한 사람이 인사를 건네왔다. 박한별 연출가 였다. 공연이후에 대학로 달빛마루로 자리를 옮겨 얘기를 나눴다. 사진=극단 문지방 포토그래퍼 박태양 

박한별 연출의 작품을 접하게 된 것은 내가 밀양연극축제때 조직위원장과 총예술감독을 할 때였다.

경성대학교 대학극 팀으로 '축하케이크'를 출품해 작품상을 받았다.

그뒤 극단 문지방의 '시추'를 관극하기 전까지 연출과 배우들이 부산 출신이라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연출 박한별의 이름을 보고서 대학극전 대상을 받은 연출가였음을 기억했다. 당시 무대 공간을 과감하게 다루던 연출 감각을 보며 '이 연출가, 잘 하겠구나' 정도로 생각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이후에도 부산과 밀양 연극제를 중심으로 활동해왔고 '시추'로 대학로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시추'에 대한 연극평론가들 반응도 좋았다.

작품사진은 월간 한국연극 6월호 표지가 됐다. 그후 전 YTN 이교준 기자가 극단 문지방의 가능성을 직감하고 연극 '하붑'에 지원을 하면서 극단 문지방의 관심도가 높아지면서 적은 객석 규모는 연일 매진사례를 보이고 있다.

혜화동 1번지 극장앞에서 안경을 쓴 한 사람이 인사를 건네왔다. 박한별 연출가 였다. 공연이후에 대학로 달빛마루로 자리를 옮겨 얘기를 나눴다.

 

◇연극은 딸과 아빠의 분열된 자아와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로드무비 같다. 또 '하붑'은 배경이 현실적이면서도 두 인물 서로 망상과 환상, 내면에서 교차하는데..

박한별 연출가 = “외적으로는 미국 서부를 배경으로 움직이지만 내적으로는 인물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정신적 방황과 회복과정이 극에 중심이다. 딸은 정체성의 혼란과 상실감을 가지고 있고 아버지는 돌보는 자로서의 무력감과 후회를 안고 있는 인물이다."

박한별 연출가 ="길 위에서 두사람의 대화는 각자의 분열된 자아를 조우하게 만드는 장치였는데 과거의 어긋남을 받아들이기 위한 시도였다. 이러한 연출적인 장치들 때문에 장면마다 감정이 출렁여지고 어느 지점이 환상인지 현실인지 모호하게 겹쳐지는 순간들이 많은게 연극'하붑'의 특징이라고 할수 있다.”

박한별 연출가 =“‘하붑’은 억압과 강박같은 개인의 심리적 어려움을 다루는 극이면서도 차갑고 정적인 연극보다는 역동적인 구조를 택하고 싶었다. 극 전체 구조가 애리조나를 횡단하는 여정이기도 해서 어린시절 과거들이 로드여정과 연결될 수 있도록 연출적으로 설계한 작품이다. 속도감 있는 장면 전환과 예측 불가능한 전개가 망상과 현실을 교차하는데 도움을 줬던 것 같다.”

◇모래폭풍이 부는 애리조나를 배경으로 두 인물의 심리를 그려낸 것이 은유적인데 작품 구상은 어떻게 하나? 연극 '하붑'에서 연출의 특징적인 장면은 무엇인가?

박한별 연출가 = “애리조나는 한국과는 정서적, 시각적으로도 아주 다른 풍경이다. 그러한 환경적인 이질감은 관객에게 인물들이 처한 정서를 가깝게 느낄 수 있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한다. ‘하붑’은 실제 애리조나에서 일어나는 강한 모래폭풍인데 작품에서는 결국 인물들이 붙어있을 수 있고 다시 만날 수 있게 해주는 연극의 장치로 사용된다.”

박한별 연출가 =“불꽃놀이를 바라보며 부녀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아버지와 남편, 어머니와 아내라는 상징적 역할들이 서로 겹쳐지는 장면이다.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나 엘렉트라 콤플렉스를 연상시키는 장면인데 위로와 사랑을 갈망하는 딸(이자 아내)이 남편의 탈을 쓴 아버지에게 위로받는 구조는 관객에게 묘한 긴장감과 정서적 진동을 주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이야기가 위기로 연결되는 전환점이 되기도 한다.”

◇'하붑'은 두 사람의 이야기에 영화적 클리셰를 마지막까지 병치하는 듯 하다. 그리고 수영장에서 딸이 자살하는 꿈은 결국 잃어버린 자아, 정체성 상실에 대한 은유적 표현인가?

박한별 연출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극단 문지방 포토그래퍼 박태양 
박한별 연출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극단 문지방 포토그래퍼 박태양 

박한별 연출가 = “영화는 시작과 끝이 분명한 예술이지만 삶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고통을 겪는 인물들은 오히려 극의 구조에서 영화를 끊임없이 인용한다. 영화적 장면을 빌려 자기 삶을 의미화하려는 시도인데 인물들이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병치구도는 이 연극만의 리듬을 만들어주는 장치이기도 한다.”

박한별 연출가 = “은유적 표현이라고 그렇게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저로서는 삶이 힘들고 어두워질 때 누군가가 나를 꺼내주길 바라는 감정, 그리고 그 사람이 나를 사랑하기에 그 일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고 싶었다. 그 장면은 죽음과 상실을 다루지만 동시에 삶에 대한 욕망을 다시 발견하는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부산출신이다. 대학로에서 연극으로 경쟁하는 것이 심리적으로 어떤가?

박한별 연출가 = "경쟁한다는 것보다 더 큰 세계에서 다양한 사람들에게 우리 극단의 작품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설렘이 더 컸다. 상경, 적응 과정에서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오랜시간 합을 맞춘 동료들과 함께 상경했고 연습실을 중심으로 같은 동네에서 살면서 활동하다 보니 어려움 보다는 즐거움이 더 컸다."

박한별 연출가 = "‘경쟁’이라는 키워드보단 ‘불후의 명작을 창작한다’에 초점을 맞췄기에 대학로에서 만나는 수많은 극단의 작품과 활동이 저희에게는 항상 새로운 자극과 경험치였고 일련의 모든 과정이 성장과 발전을 위한 소중한 시간이다."

◇극단 문지방이 추구하는 ‘불후의 명작’은 무엇인가?

박한별 연출가 = “사랑하는 고향, 부산을 떠나 연극을 하는 것에 대한 부채감이 있다. 상경하기 전부터 부산으로 복귀를 극단의 중요한 목표로 삼고 활동하고 있었다. 서울에서 목표한 명작, 자본, 팬덤을 어느 정도 성취했다고 판단되면 저희는 수도권으로 함께 상경했듯 부산으로 함께 복귀할 계획이다. 극단 문지방의 비전은 ‘연극의 대중화’다. 연극의 대중화는 수도권에서만 이룰 수 없다. 지역이 함께할 때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감한다. 공연예술은 수도권과 지역의 불균형이 없어야한다. 수도권에서 연극으로 성공한후에 지역으로 상경한다는 목표가 인상적이다.

박한별 연출가 = “극단 문지방은 부산에서 ‘불후의 명작’을 창조해내고 그 과정을 지속할 수 있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극장과 명작개발시스템)를 부산에서 구축할수 있도록 방향을 잡고있다. 부산의 연극인들이 부산을 떠나지 않고도 연극인으로서 살아갈 수 있고 예술가로서 ‘명작’을 창조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핵심목표로 삼고 있다. 저희는 서울 즉 대학로에서 생활이 어려운 과정이라기 보다 꿈꾸는 이상인 ‘연극의 대중화’와 ‘부산에서의 꿈’을 이루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즐겁다.”

◇극단 문지방의 공동창작 제작과정은 어떻게 되는가?

박한별 연출이 인터뷰를 하면서 웃고 있다. 사진=극단 문지방 포토그래퍼 박태양 
박한별 연출이 인터뷰를 하면서 웃고 있다. 사진=극단 문지방 포토그래퍼 박태양 

박한별 연출가 = “제가 아이디어를 먼저 제안하고 적합한 팀원을 직접 섭외한다. 약 두 달 동안 주 3~4회 만나 회의하고 아이디어 → 주제 → 개요 → 집필 → 퇴고 과정을 거친다. 대본은 제가 쓰지만 팀원들이 함께 쌓아올린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수정과 발전을 반복해 공동창작 제작과정이 만들어진다.”

◇앞으로 어떤 작품을 계획하고 있나?

박한별 연출가 = “7월에는 연희예술극장과 공동기획한 작품인 이머시브 연극 '이해의 적자'를 극단의 또 다른 연출인 조지원 연출작으로 공연되고 8월에는 2020년 밀양공연예술축제 대학극전에서 작품상을 수상한 '축하케이크'가 나온씨어터에서 공연된다.

박한별 연출가 = "하반기에는 조지원 연출과 김서휘 연출이 각각 극단 문지방이 위치한 경기도 고양시 내 극장에서 신작을 준비하고 있다. '시추', '하붑', '아난' 같은 극단 문지방 네 번째 공동창작 작품은 올해 10월부터 대본 작업을 시작하고 내년 중순에 공연 제작될 예정이다.”

 

 

김건표(연극평론가) / 대경대 남양주 캠퍼스 연기예술과(연극영화과) 교수로 전방위적인 문화정책과 연극평론을 하고 있다.

 

 

 

 

 

 

스마트경제 복현명 기자 hmbok@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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