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식] '아마존과 진검승부'…월마트의 '깜짝 변신' 성공할까? 
[하재식] '아마존과 진검승부'…월마트의 '깜짝 변신' 성공할까? 
  • 하재식
  • 승인 2018.10.25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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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식의 미디어빅뱅] "월마트가 할리우드로 변신하고 있다"
월마트, 미디어 콘텐트 제작에 잇따라 투자
대화형 스토리텔링으로 아마존과 진검승부
사진=월마트 페이스북
사진=월마트 페이스북

 

아마존 공습에 미국 매장들 '텅텅'… '원조 아마존'도 당했다 

전자상거래가 대세다. 인터넷쇼핑의 확산이 도시 풍경을 바꿔놓고 있다. 필자가 거주하는 구 12만 명 규모의 미국 중부의 작은 도시도 마찬가지다. 오프라인 유통 매장들이 연이어 문을 닫으면서 건물들이 텅텅 비기 일쑤다. 2년 전 문구업체 스테이플스가 철수한 데 이어 올 여름엔 다른 문구업체 오피스맥스 매장이 사라졌다. 올해 초 미국의 손꼽히는 종합소매업체 케이마트가 문을 닫았고, 지난 6월엔 세계 최대의 장난감매장 토이저러스가 파산했다. 급기야 10월 15일 12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백화점체인 시어스가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20세기 미국이 초강대국으로 급부상하는 과정에서 미국 경제의 활력과 풍요를 상징했던 시어스 백화점의 퇴출은 미국인들 사이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1890년대 이후 우편 주문과 배송으로 유통의 혁신을 이끌었던 까닭에 사실상 '20세기의 아마존'이었던 시어스가 인터넷시대의 쇼핑 제국 '아마존' 에 밀려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싸게 팝니다' 전략 대신, 새 돌파구 찾아 나선 월마트

시어스의 쇠퇴는 아마존의 공습을 누구도 피해갈 수 없음을 보여준다. 세계 최대의 유통체인 월마트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가 세상에 등장한 게 1962년. 미국 아칸서스주의 작은 도시에서 첫 할인점을 열었고, 이후 '매일 싸게 팝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세계를 쥐락펴락했다. 

그랬던 월마트가 아마존이 무서웠던 것일까. 최근 깜짝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전통적 오프라인 사업모델과 어울리지 않는 미디어 콘텐트 제작에 발빠르게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월마트의 미디어산업 진출은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첫째, 대화형 동영상 콘텐트를 만드는 회사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오락물과 광고 부문에 특화해 대화형 비디오 콘텐트를 만드는 벤처업체 '에코 (Eco)'에 2억5천만 달러 (약 2840억 원)를 투자했다. 에코는 실시간으로 고객과 대화를 나누고, 이 과정에서 얻은 고객의 아이디어를 동영상 콘텐트에 반영하는 데 전문성을 갖고 있다. 주로 광고나 TV 드라마를 제작하는 데 '대화형 스토리텔링 (Interactive storytelling)' 기법을 활용한다. 예컨대 고객이 요리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 실시간으로 요리 재료를 주문할 수 있도록 해주고, 드라마를 시청할 때 등장인물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 지 선택하도록 해 스토리를 바꾼다. 

 

'할리우드' 변신 꿈꾸는 월마트의 새로운 도전

월스트리트 저널은 10월11일 "에코는 세콰이어 캐피탈을 비롯한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캐피탈 뿐만 아니라, 소니, MGM, 삼성전자, 워너 뮤직, 인텔 등으로부터 투자를 받은 신생 동영상 제작사"라며 "월마트가 에코에 추가 투자를 고려할 만큼 미디어 콘텐트에 열의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월마트의 복안은 무엇일까. 이와 관련, 에코의 창립자이자 이스라엘 출신의 음악가인 요니 블로흐는 "월마트는 우리 비디오가 향후 고객들과 정서적 유대를 나누는, 속 깊은 관계로 나아가는 데 기여하기를 원한다"고 그 배경을 설명했다. 한마디로 고객의 취향과 태도를 파악해 사업에 활용하는 게 월마트의 목표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10월11일 "대화형 스토리텔링 분야는 미디어 콘텐트 업계에서 미래의 금광으로 손꼽힌다"이라며 "월마트의 투자는 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화형 스토리텔링 콘텐트는 제작비가 많이 들지만, 소셜미디어로 무장한 젊은 층이 시장의 중심이 되면 성장 가능성이 더욱 크다. 에코는 이미 CBS, 워너 브라더스,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서 콘텐트 제작에 참여했던 낸시 텔렘을 이사회 의장으로 영입했다. 향후 에코가 만든 동영상 오락물이 어떤 매체를 통해 고객에게 선을 보일지 알려지지 않았지만 미디어 콘텐트 시장에 신선한 자극이 될 전망이다. 월마트는 올해 아카데미 어워드 행사에서 선을 보였던 단편영화들에도 투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뉴욕타임스는 "월마트가 할리우드로 변신하고 있다"고 그 의미를 평가했다.

 

넷플릭스 뒤 쫓기 시작한 월마트

둘째, 월마트는 동영상 스트리밍 시장에도 광폭 행보를 하고 있다. 월마트는 이미 2010년 스트리밍 업체 부두(Vudu)를 인수한 바 있다. 현재 18만개의 영화를 보유한 부두는 시장점유율에서 넷플릭스, 훌루, 아마존프라임 등에 많이 뒤진다. 하지만 월마트는 이런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최근 영화 제작사인 'MGM' 스튜디오와 독점 콘텐트를 제작하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 출시될 첫 콘텐트는 1980년대의 코미디물 'Mr. Mom'이다. 아내가 직장에 나가 있는 동안 남편이 아이를 돌보면서 겪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번 계약은 월마트와 아마존 간에 점증하는 경쟁의 일면을 보여준다"며 "월마트가 자사의 플랫폼에 고객들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평가했다. 월마트는 "우리가 직접 콘텐트를 직접 제작하지는 안겠지만, 향후 계속 스튜디오와 콘텐트 제작사들과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월마트가 겨냥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주요 고객층은 농촌이나 교외 지역에 사는 중하위층 소비자들이다. 월마트는 이들이 기존의 시장에서 소외돼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통해 보다 충성스런 고객들을 확보해 오프라인 매출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 수익을 늘리겠다는 포석이다. 또한 애플, AT&T, 미국 공중파 TV 등 많은 미디어, 통신 업체들이 스트리밍 시장에서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뒤쳐져 있다가는 기회를 영원히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아마존에 더 이상 밀려선 안된다… MS와 손잡은 월마트 

월마트는 지난 7월엔 MS와 손을 잡았다. MS 측의 클라우드 컴퓨팅 기술을 이용해 온라인 구매 절차를 단순화해 인터넷 쇼핑 분야를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미국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아마존의 시장점유율은 약 50%인데 반해 월마트는 4%가 채 되지 않는다. 더 이상 밀려선 안 될 상황이다. 미디어 사업에 본격 나서면서 월마트는 비용에 대한 부담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월마트는 이미 유통 시장의 강자다. 매달 월마트 사이트에 1백만 명이 접속하고 있다. 그만큼 미디어 콘텐트를 잘 활용하면 전자상거래에서도 만만찮은 실력을 발휘할 공산이 크다. 월마트의 변신이 세상의 주목을 받는 이유다.

월마트의 미디어 투자는 사실상 아마존에 대한 선전포고다. 향후 아마존과 월마트의 진검 승부가 펼쳐질 것이다. 과연 월마트는 아마존이 걸어 온 성공의 길을 갈까, 시어스가 밟았던 쇠퇴의 길을 갈까. 미디어 콘텐트가 월마트의 승부수라는 점은 분명하다.

하재식 일리노이주립대 교수 angelha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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