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식] 저널리스트 '수난' 시대… 테러에 위협받는 언론
[하재식] 저널리스트 '수난' 시대… 테러에 위협받는 언론
  • 하재식 교수
  • 승인 2018.12.26 06: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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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재식의 미디어빅뱅] 저널리스트 '수난' 시대
31일 타임스퀘어 행사에 '저널리스트' 특별 초청
지구촌 언론인 구속 맞서 '자유언론' 격려 차원

[편집자 주]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전면화로 인해 지난 100년 동안 익숙했던 미디어 환경이 혁명적 변화를 겪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의 플랫폼 사업자와 넷플릭스, 아마존 등 신규 콘텐트 사업자들이 수 억명의 회원을 거느리며 승승장구 하고 있다. 이 와중에 기성 신문, 방송, 매거진 사업자는 생존과 나락의 갈림길에서 헤매고 있다. 미디어 산업은 본질적으로 오락과 여가적 속성이 강하지만, 민주주의 제도의 근간을 이루는 언론산업의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미디어혁명이 세상 어느 한 곳 영향을 미치지 않는 데가 없는 이유다. 이와 같은 미디어빅뱅을 현장에서 체험하고 있는,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하재식 교수가 스마트경제에 미디어산업 현장 칼럼을 연재한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뉴욕 타임스퀘어 새해 카운트다운 행사 주인공 된 저널리스트

올해가 며칠 남지 않았다. 2018년 마지막 날인 31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에서는 연례행사로 '볼드롭(Ball Drop)' 이벤트가 열린다. 이 행사는 이곳의 유명한 마천루 '원 타임스 스퀘어(One Times Square)' 빌딩 위에 놓인 커다란 공이 새해로 넘어가기 1분 전부터 60초 동안 폴대를 천천히 타고 내려와 시계에 도달할 때 새로운 해의 시작을 알리는 전통이다. 지구촌 수십억 명이 TV나 인터넷을 통해 이 행사를 시청한다.

행사 주최 측이 최근 의미 있는 발표를 했다.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언론자유를 위해 헌신하는 저널리스트들을 초청해 카운트다운을 시작하는 버튼을 누르게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국제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를 명예로운 '자선단체'로 지명하고, 저명한 저널리스트들을 특별 손님으로 초청했다. 과거 이 행사에 초청받아 버튼을 누른 인사로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전설적인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 영화 '슈퍼맨'의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부부 등이 있다.

그렇다면 저널리즘과 언론자유를 축하하는 이유는 뭘까. 주최 측은 "언론자유가 2018년 어떤 이슈보다 중요한 세계적 문제였다"며 "전 세계에 저널리즘과 자유언론의 중요성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언론인보호위원회의 사무총장 조엘 사이먼은 "올 한해 미국인들이 언론자유와 독립 저널리즘이 우리 민주주의의 중심 가치라는 점을 함께 인식했다"며 "뉴스를 전달하고자 애쓴 저널리스트들을 대표하게 돼 영광"이라고 말했다.

 

살해당한 자말 카슈끄지… 기자가 기사의 주인공이 된 불운한 한해 

올해 저널리스트가 '볼드롭' 행사 때 주인공이 된 것은 지구촌에서 저널리스트와 언론이 수난 받고, 조롱받는 현실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다. 언론인보호위원회에 따르면, 각국에 3년 이상 수감된 언론인이 251명이다. 이는 통계가 집계된 1990년 이후 최대 숫자다. 중국, 터키, 러시아 등이 투옥된 언론인이 많은 나라로 꼽혔다. 또한 지난 14일 기준으로 올해 살해당한 언론인이 최소한 53명에 달했다. 2017년의 47명보다 증가한 것이다. 이 중에는 지난 10월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영사관에서 살해당한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가 포함돼 있다. 카슈끄지 사건은 사우디 정부의 잔혹성에 대한 세계적 공분을 샀다.

언론인보호위원회는 권위주의 정권들이 비판적 보도를 탄압하는 경향이 전 세계적으로 '뉴 노멀(New Normal, 새롭게 등장한 표준)'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저널리스트들이 테러와 살해의 위협에 처하는 경우가 더욱 빈번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현상을 주목한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최근 '진실의 수호자(Guardians of Truth)'로서 사실 보도를 위해 애쓴 저널리스트들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다. 이 중에는 자말 카슈끄지 외에 필리핀 두테르테 정부의 반인권 정책을 비판해 온 필리핀 언론인 마리아 레사, 지난 6월 총기 난사로 살해당한 미국 일간지 '캐피털 가제트' 소속 기자 5명, 미얀마의 로힝야족 인종학살을 보도했다는 이유로 7년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로이터 통신 기자 2명이 포함됐다. 그야말로 저널리스트가 살해, 투옥, 공격 등을 겪으며 보도기사의 주인공이 됐던 불행했던 한해였다. 언론을 '가짜뉴스'이자 '국민의 적'이라고 공격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타임지의 결정이 임박했던 지난 11월 "나 말고 다른 사람을 올해의 인물로 선정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타임이 트럼프를 단호하게 꾸짖었다"고 평가했다.

 

2019년에는 저널리스트들의 수난이 없기를…

최근 몇 년간 언론 안팎 환경이 심각할 만큼 혼탁해졌다. 권력자는 언론을 가짜뉴스의 근원이라며 공격하고, 소셜미디어는 가짜정보를 쏟아내고, 미디어는 보수, 진보 양측으로 갈라진 채 서로를 향해 삿대질을 하기 일쑤다. 언론 소비자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성향에 맞는 미디어에만 몰두한다. 이렇다 보니 진실은 온데간데없고, 자신들의 생각과 비슷한 정보만 믿고, 기존 믿음을 더욱 강화하게 되는 이른바 '에코 챔버 (Echo Chamber)' 효과가 확산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동체의 문제들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더욱 불가능한 일이 됐다.

이런 점에서 저널리스트들은 가짜정보를 경계하고, 진실 추구에 전심전력을 다해야 한다. 언론은 우리를 세계로 연결해 주는 창문과 같은 존재다. 그 창문을 통해 얻는 정보에 심각한 하자가 있을 경우, 사회 구성원들은 지혜로운 결정을 할 수 없다.

저널리스트와 자유언론에 대한 공격은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다. 다가오는 2019년, 저널리스트들의 수난이 줄었으면 한다. 이 글을 읽는 독자들도 진실을 밝혀내고, 고통 받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헌신하는 저널리스트들을 응원해 줬으면 한다.

 

하재식 일리노이주립대 교수 angelha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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