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시계 업계의 유니클로'라 불리는 벤처기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유니클로 식의 'SPA 유통을 실현한 손목시계 브랜드 '노트(Knot)'다. 2014년 창업한 이 회사는 가격 상식을 파괴하면서도 품질은 높이는 방식으로 급성장 중이다.
노트는 유니클로의 전략을 시계에 그대로 옮겨냈다. 높은 품질의 제품을 저렴하게 파는 '가격 파괴' 방식이다. 유니클로는 1990년대 말 직접 제품을 생산하고 중간 유통 과정 없이 직접 판매하는 SPA(Speciali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방식으로 급성장했다. 또한, 패스트 푸드처럼 빠르게 옷을 생산해, 소비자의 기호에 빠르게 대응한다는 '패스트 패션'이라는 개념도 만들어 냈다.
노트는 중간 유통 단계를 생략하는 방식으로 다른 시계 메이커 대비 1/3 수준의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한다. 특히 일본제 무브먼트(시계를 움직이는 기계 장치), 사파이어 글라스를 채택하고도 1만엔 대 중반의 가격(본체 기준)을 실현한 초기 제품 ‘CS-36’은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일으켰다.
또한 '패스트 패션' 개념을 시계에 도입했다. 공구 없이 손쉽게 시곗줄을 바꿀 수 있는 '이지 레버(easy lever)' 시스템을 개발했다. 셔츠와 넥타이를 코디하듯이 시계의 색깔도 그날의 기분에 따라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시곗줄은 가죽, 천, 금속 등의 소재에 다양한 색상을 구비하고 있다. 노트 홈페이지에 따르면 현재 판매 중인 시계 본체와 시곗줄을 조합할 수 있는 가짓수가 1만 개를 넘는다.
노트는 손목시계의 틈새시장을 노렸다. 젊은 남성 회사원의 비즈니스 패션용 시계다. 엔도 히로미츠 노트 대표는 휴대 전화의 보급으로 시간을 확인하는 도구로서의 시계의 의미는 상실됐지만, 고급 시계에 대한 수요는 여전하다고 봤다. 그러나 극소수의 시계 애호가가 아닌 이상 수백만원의 금액을 지불할 뜻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엔도 대표는 150달러(약 16만원)를 가격의 마지노선으로 잡았다. 이 가격에서는 젊은 남성들도 충분히 지갑을 열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게다가 시계는 제작 방식, 유통 마진에 의한 가격 거품이 심했다. 엔도 대표는 외국 시계 브랜드를 수입해 팔던 경험이 있었고, 시계의 가격 결정 구조를 잘 알고 있었다. 고급 시계도 원가는 상당히 낮다는 것이다. 제조 과정을 단순화하고, 중간 유통 기준을 생략한 결과 기존 대비 1/3의 가격을 구현할 수 있었다. 노트는 고정밀 기계식 무브먼트를 탑재한 플래그쉽(최상급) 모델 AT38 또한 5만엔(약 49만원) 대 가격에 내놓았다.
-Knot 5 개의 제품 정책
1.고품질의 소재를 전 제품에 내장한다.
2.일본 국내 시계 공장에서 조립 검품 정밀도 조정 품질 보증을 한다.
3.유통의 낭비를 없애고 최고 품질의 시계를 최상의 가격에 제공한다.
4.평생 사용할 수 있는 전통적인 디자인을 구비한다.
5.누구나 쉽게 시곗줄을 교체할 수 있다. 시곗줄은 매 시즌 반드시 개발한다
이러한 정책을 실현한 노트는 일본 시계 업계에서 SPA의 개념을 실천한 첫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 매체 'ITmedia'의 보도에 따르면 이 회사의 창업 이후 누적 매출액은 21억엔(약 204억원·2017년 11월 기준)이다. 이 매체는 노트에 대해 "세이코, 시티즌, 카시오에 이은 제4의 일본 시계 브랜드"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노트는 아직도 성장 중인 회사다. 도쿄, 나고야, 오사카 등 일본 6개 도시에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으며, 대만·베트남·태국·싱가폴 등 해외에도 진출했다. 국내외에서 100개의 매장을 열고, 100만 개의 판매를 이루는 것이 목표다.
백종모 기자 phanta@dailysmar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