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왼쪽) 대경대학교 연기예술과 교수가 한국 마임리스트이자 액팅코치인 고재경씨와 '톡 쏘는 톡 터뷰'를 하며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건표 교수.
김건표(왼쪽) 대경대학교 연기예술과 교수가 한국 마임리스트이자 액팅코치인 고재경씨와 '톡 쏘는 톡 터뷰'를 하며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건표 교수.

[스마트경제] # 스마트경제가 2025년 11월부터 김건표 대경대학교 교수(연기예술과)의 '톡(Tok)! 쏘는 톡(Talk) 터뷰(토크+인터뷰의 줄임말)'를 연재한다.

'톡 쏘는 톡 터뷰'는 전국을 누비며 만나는 다양한 분들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다.

대학로와 전국에서 연극을 본 후 지하철과 버스로 이동하며 SNS에 게재한 짧은 글들과 인터뷰, 공연을 본 후 평론가의 진단과 생각들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쇼츠 인터뷰를 연재한다.

김건표 교수는 연극평론가로 한국연극의 승부사들, 동시대 연극읽기, 장면연기텍스트, 말과 정치문화, 인터뷰 서적으로는 인터뷰의 기술, 김건표가 만난사람들 행복의 기술(記述) 등이 있으며 사회각계 각층의 인사와 전문가 약 400명을 인터뷰 해왔다 (인터뷰=김건표 교수, 편집과 정리=복현명 스마트경제 경제사회부 부장(대학교육부 겸직)).

 

윤정환 작·연출의 '소'를 보기 위해 강원도 정선아리랑센터로 향했다.

'소'는 유치진 선생의 '소'가 아닌 김포 들판에서 자란 ‘소’를 모티브로 한 남북평화에 대한 이야기이다.

경기도 북쪽 경계선 인근에서 자란 소가 DMZ를 넘어 북으로 가면서 남북의 소유권 소동이 생기면서 벌어지는 소재다.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다. 가방을 메고 구부정한 움직임으로 “내가 정선에서 만날 줄 알았지” 방향을 돌아보니 마임리스트 고재경이다.

며칠 전에 통화를 했는데 “광주시립극단에서 11월 20일부터 22일까지 광주예술의전당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보이체크' 움직임 코치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마임리스트이자 액팅코치인 고재경씨는 1987년 인천 돌체소극장에서 마임극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한국 마임리스트가 된 고재경은 독학으로 마임을 배웠고 올해로 38년 차 마임리스트다. 사진=김건표 교수.
한국 마임리스트이자 액팅코치인 고재경씨는 1987년 인천 돌체소극장에서 마임극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한국 마임리스트가 된 고재경은 독학으로 마임을 배웠고 올해로 38년 차 마임리스트다. 사진=김건표 교수.

1987년 인천 돌체소극장에서 마임극 단역으로 출연하면서 한국 마임리스트가 된 고재경은 독학으로 마임을 배웠고 올해로 38년 차 마임리스트다.

독학 기간은 그의 고지식한 성격만큼 마임만을 위해 달려온 그를 버티게 해준 것 같았고 고재경만의 마임 형식을 갖추게 했다.

“난 마임을 신기하기도 했고 호기심에서 시작했어”

데뷔 연도와 가깝게 그를 만난 지도 35년이 됐다. 볼 때마다 똑같은 고재경.

“난 마임을 신기하기도 했고 호기심에서 시작했어”데뷔 연도와 가깝게 그를 만난 지도 35년이 됐다. 볼 때마다 똑같은 고재경.1992년 공간사랑에서 신인 마임리스트 발표회가 있었는데 고재경은 '기다림'을 선보였고 그의 포스터를 대학로를 누비며 붙이기도 했다.그렇게 마임리스트로만 달려온 인생은 솔로와 그룹 마임 발표 100편, 액팅 코치는 200편이 넘었다. 사진=김건표 교수.
“난 마임을 신기하기도 했고 호기심에서 시작했어”데뷔 연도와 가깝게 그를 만난 지도 35년이 됐다. 볼 때마다 똑같은 고재경.1992년 공간사랑에서 신인 마임리스트 발표회가 있었는데 고재경은 '기다림'을 선보였고 그의 포스터를 대학로를 누비며 붙이기도 했다.그렇게 마임리스트로만 달려온 인생은 솔로와 그룹 마임 발표 100편, 액팅 코치는 200편이 넘었다. 사진=김건표 교수.

1992년 공간사랑에서 신인 마임리스트 발표회가 있었는데 고재경은 '기다림'을 선보였고 그의 포스터를 대학로를 누비며 붙이기도 했다.

그렇게 마임리스트로만 달려온 인생은 솔로와 그룹 마임 발표 100편, 액팅 코치는 200편이 넘었다.

액팅 코치로 서울과 전국 창작자들이 그를 찾는 일이 많아졌고 고재경은 섬세한 연출과 공간 구도로 ‘고재경다운’ 장면을 보여줬다.

'정크 크라운'은 구성 연출을 하면서 국내외 무대에서 효자상품이 됐다.

“마임은 그렇다고 치고 전국 다니면서 액팅 코치로 뭘 하는 건데?”

고재경의 특유의 성격이 발동됐다. 강의를 듣는 시간이다. 말(語)에 물어서는 법이 없다.

“작품별로 연기 개념을 정리하기도 하고 인물 구도, 장면 움직임, 배우 호흡... 등, 스포츠로 생각하면 코치야. 축구에도 수비, 공격수 포지션이 다 다르잖아. 야구도 그렇고 스포츠 코치와 액팅 코치의 다른 점은 배우는 호흡에서 출발하잖아. 그 호흡을 통해 공간, 신체로 연기가 배어들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과 공간 구도, 장면 구도를 만들기도 하고 연기로 적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거지”

그가 진지해졌다.

“무대는 수평에서 수직이 존재하잖아. 액팅 코치를 하면서는 공간의 수평, 배우가 그 공간에 섰을 때 생기는 수직성, 그리고 점과 선을 따라 움직이는 배우의 호흡이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가지고 연기화 될 수 있도록 맥락을 잡아준다고 할까” 고재경이 생각하는 작품들 중에는 1탄부터 3탄까지 시리즈로 발표한 '기다리는 마음'을, 솔로 마임의 대표작으로 꼽았다.

야외 공연 작품으로는 마임공작소 판의 '유랑기사', 액팅 코치 작품으로는 “정말 즐겁게 작업한 작품인데 문삼화 연출의 '거리에 사자들' 아닐까. 움직임 자체를 희화화하고 형상화하는 장면 몇 개가 있었는데 작업이 재미있었어” 한다.

고선웅 연출의 대표작 '조씨고아의 복수의 씨앗' 1부에서 오브제 사용에 관한 움직임을 안내 한것도 특별한 작업이었다고.

연극 '소'에서는 의인화된 소가 등장한다. 배우는 소의 앞뒤 다리를 형상화한 오브제로 사족보행을 한다.

“움직임 코치를 할 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중력 아래 서서 어떻게 움직임이 작용하느냐인데 중력에 의한 접점과 작용점이 어떻게 움직임의 요소가 되는지, 또 동물, 인간의 움직임 등이 공간에서 순환적으로 표현될 수 있도록 하는 코치 역할인데 배우가 공간에서 주어진 역할에 따라 어떤 식으로 존재해야 하는가의 방향성을 만들어가는 거지”

공연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배우에게는 호흡의 운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연기의 전제가 무엇이고 그 기준이 어디에 있는지. 연기가 어설프게 보이거나 흔들리는 이유는 연기의 중심이 인물 그 자체나 배우의 내면에 있지 않을 때 생긴다고 봐. 무대 위에서 말하는 것은 곧 에너지의 사용인데 ‘득이 되는 에너지 낭비를 줄이고 쓸데없는 움직임을 줄이는 것’, 그것이 무대 위에서 얼마나 경제적이고 효율적인가를 결정하는데 이것을 도와준다고 생각하면 돼”

고재경의 표정이 노자와 장자를 얘기하는 철학자처럼 진지해졌다.

“불필요한 에너지의 낭비, 잦은 움직임들은 인물의 상황이나 연기에 도움이 되지 않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불필요한 요소들을 제거하는 것이고 이게 움직임의 최종 목표야. 무대 위에서 존재해야 할 것만 존재할 수 있도록 환경을 기술적으로 만들어주는 역할 아닐까. 난 배우 연기에서 중요한 것은 ‘호흡’이라고 생각해”

“마임은 그렇다고 치고 전국 다니면서 액팅 코치로 뭘 하는 건데?”고재경의 특유의 성격이 발동됐다. 강의를 듣는 시간이다. 말(語)에 물어서는 법이 없다.“작품별로 연기 개념을 정리하기도 하고 인물 구도, 장면 움직임, 배우 호흡... 등, 스포츠로 생각하면 코치야. 축구에도 수비, 공격수 포지션이 다 다르잖아. 야구도 그렇고 스포츠 코치와 액팅 코치의 다른 점은 배우는 호흡에서 출발하잖아. 그 호흡을 통해 공간, 신체로 연기가 배어들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과 공간 구도, 장면 구도를 만들기도 하고 연기로 적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거지” 사진=김건표 교수.
“마임은 그렇다고 치고 전국 다니면서 액팅 코치로 뭘 하는 건데?”고재경의 특유의 성격이 발동됐다. 강의를 듣는 시간이다. 말(語)에 물어서는 법이 없다.“작품별로 연기 개념을 정리하기도 하고 인물 구도, 장면 움직임, 배우 호흡... 등, 스포츠로 생각하면 코치야. 축구에도 수비, 공격수 포지션이 다 다르잖아. 야구도 그렇고 스포츠 코치와 액팅 코치의 다른 점은 배우는 호흡에서 출발하잖아. 그 호흡을 통해 공간, 신체로 연기가 배어들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과 공간 구도, 장면 구도를 만들기도 하고 연기로 적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거지” 사진=김건표 교수.

공연을 본 후 그와 차로 정선에서 남양주로 200킬로미터를 함께 달렸다.

3시간 정도를 꼼짝없이 같이 있으면서 35년의 시간은 3시간으로 정리됐다.

많은 이야기들 중 국내 연극계에서 슬랩스틱 코미디 연기의 1인자였던 연극배우이자 연출가였던 고(故) 백원길 후배에 대한 지난 얘기가 소환됐다.

“원길이, 정말 좋은 배우였지. 강원도 양양군 서면 남대천 상류, 그날 갑작스러운 사건도 그 이후로는 물어보질 못했어. 너무 아파서” 막차 10분을 남겨놓고 4호선 지하철역에 내린 고재경은 “한성대 페르소나로 가봐야겠다”며 내린 뒤 카톡이 날아왔다.

“막차 잘 탔어. 안녕” 어린이의 마음, 그게 고재경이다.

 

 

김건표(연극평론가 / 대경대학교 연기예술과 교수)

 

 

스마트경제 복현명 기자 hmbok@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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