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표(오른쪽) 대경대학교 연기예술과 교수와 최용훈 연출가. 사진=김건표 교수.
김건표(오른쪽) 대경대학교 연기예술과 교수와 최용훈 연출가. 사진=김건표 교수.

[스마트경제] 스마트경제가 2025년 11월부터 김건표 대경대학교 교수(연기예술과)의 '톡(Tok)! 쏘는 톡(Talk) 터뷰(토크+인터뷰의 줄임말)'를 연재한다.

'톡 쏘는 톡 터뷰'는 전국을 누비며 만나는 다양한 분들의 날 것 그대로의 이야기다.

대학로와 전국에서 연극을 본 후 지하철과 버스로 이동하며 SNS에 게재한 짧은 글들과 인터뷰, 공연을 본 후 평론가의 진단과 생각들을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쇼츠 인터뷰를 연재한다.

김건표 교수는 연극평론가로 한국연극의 승부사들, 동시대 연극읽기, 장면연기텍스트, 말과 정치문화, 인터뷰 서적으로는 인터뷰의 기술, 김건표가 만난사람들 행복의 기술(記述) 등이 있으며 사회각계 각층의 인사와 전문가 약 400명을 인터뷰 해왔다 (인터뷰=김건표 교수, 편집과 정리=복현명 스마트경제 경제사회부 부장(대학교육부 겸직)).

 

1986년도에 극단 작은 신화를 창단하고 '전쟁음악?!' 시리즈와 ‘우리 연극 만들기’로 90년대 한국 연극의 세대교체를 이끈 최용훈 연출가를 볼 때마다 연극인으로서 부럽다는 생각을 가끔 가지게 된다. 사진=김건표 교수.
1986년도에 극단 작은 신화를 창단하고 '전쟁음악?!' 시리즈와 ‘우리 연극 만들기’로 90년대 한국 연극의 세대교체를 이끈 최용훈 연출가를 볼 때마다 연극인으로서 부럽다는 생각을 가끔 가지게 된다. 사진=김건표 교수.

1986년도에 극단 작은 신화를 창단하고 '전쟁음악?!' 시리즈와 ‘우리 연극 만들기’로 90년대 한국 연극의 세대교체를 이끈 최용훈 연출가를 볼 때마다 연극인으로서 부럽다는 생각을 가끔 가지게 된다.

서강대 연극회에서 활동하던 '이유철, 최용훈, 임민섭, 박정영, 임애리, 김영인' 등이 모여 한국 연극계에 만연하고 있는 상업주의를 극복하, 연극 본래의 예술성을 회복하기 위한 젊은 연극인들의 의식으로서 일조한다는 5개 항목으로 된 ‘창단선언문’을 발표하고 졸업을 앞둔 13명이 극단을 창단하게 된 것이 작은 신화다.

'불어를 하세요?'(1986), '잠이 자고 싶은 사나이'(1987), '아침, 정오 그리고 밤'(1987)을 혈기로 공연하면서 40년을 작은 신화를 지키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1993년 '황구도'로 시작된 ‘우리 연극 만들기’ 프로젝트를 지금까지 지속해 오는 것을 보면 작은 신화 대표로서의 전진하는 배짱도 그렇지만 1기부터 작은신화의 역사를 함께해 온 수많은 단원까지 그의 작품으로 단일 대오로 ‘해쳐 모여’를 40년 동안 이어올 수 있다는 것도 부러운 일이다.

사석에서 “단원들이 너무 많지 않아요? 작품으로 다 수용이 될 수 있어요?”라고 물은 적이 있다.

최용훈 연출은 “우리 작은 신화는 철저히 오디션 중심이야. 작품별로 각자가 맡고 싶은 배역을 오디션으로 작품 출연을 결정하기 때문에 투명해. 최고 선배부터 막내까지 이 시스템을 유지하기 때문에 공정하지. 단원들도 더 많아졌으면 좋겠고 많은 배우가 작은신화 출신이면 좋지 않을까. 난 앞으로 단원들을 더 선발하고 싶은데”라고 했다.

신진 단원들도 매년 최용훈 연출로 워크숍 공연을 해마다 개최하고 있고 단원들의 작품 참여 비중도 단계별로 진입이 높은 편이다.

지난 9월 부산시립극단에서 '시련'을 연출한 뒤에도 국립극단 창작 희곡 공모작 '그라고 다 가불고 낭게'를 낭독 공연한 뒤 이어 선돌극장에서 극단 작은신화의 열여섯 번째 ‘우리 극 만들기’ 한 가족 이야기(작 손상호, 선돌극장)를 연출하고 있는 최용훈 연출을 공연 시작 30분 전에 극장 앞에서 마주쳤다.

최용훈 연출가에게 “올해 작품 연출만 7, 8편 되는 것 같죠?”라고 묻자 “그 정도 되지” 연극 연출가로 40년을 무대에서 살아온 그도 공연을 앞두고는 초조해 보였다.“어디 가시려고요?”라고 묻자 “이제 공연 시작되니까 한 바퀴 돌고 공연 끝날 때 다시 와야지”라고 답했다. 사진=김건표 교수.
최용훈 연출가에게 “올해 작품 연출만 7, 8편 되는 것 같죠?”라고 묻자 “그 정도 되지” 연극 연출가로 40년을 무대에서 살아온 그도 공연을 앞두고는 초조해 보였다.“어디 가시려고요?”라고 묻자 “이제 공연 시작되니까 한 바퀴 돌고 공연 끝날 때 다시 와야지”라고 답했다. 사진=김건표 교수.

“올해 작품 연출만 7, 8편 되는 것 같죠?” 담배를 피우며 최용훈 연출은 한마디로 정리한다.

“그 정도 되지” 연극 연출가로 40년을 무대에서 살아온 그도 공연을 앞두고는 초조해 보였다.

“어디 가시려고요?”라고 묻자 “이제 공연 시작되니까 한 바퀴 돌고 공연 끝날 때 다시 와야지”라고 답했다.

 

◇ 메데이아와 한 가족사(死)의 병치, 최용훈 표 연극

선돌극장은 '한 가족 이야기'(작, 손상호)의 비극적 가족사를 담기 위해 입구 오른쪽 객석 상단을 분리해 무대를 중앙으로 두고 좌우 객석으로 변화를 줬다. '한 가족 이야기' 포스터. 사진=김건표 교수.
선돌극장은 '한 가족 이야기'(작, 손상호)의 비극적 가족사를 담기 위해 입구 오른쪽 객석 상단을 분리해 무대를 중앙으로 두고 좌우 객석으로 변화를 줬다. '한 가족 이야기' 포스터. 사진=김건표 교수.

그 말을 듣고 내려간 선돌극장은 '한 가족 이야기'(작, 손상호)의 비극적 가족사를 담기 위해 입구 오른쪽 객석 상단을 분리해 무대를 중앙으로 두고 좌우 객석으로 변화를 줬다.

공연은 극단 작은신화의 신구(新舊) 세대의 콜라보 같은 분위기다.

주요 배역은 선배 세대가 맡고 코러스는 극단의 신진들로 양분화해 역할자로 분했는데, 연기의 분위기 차이가 상당한데도 최용훈 연출은 톤을 중화해 소극장 연극으로 녹여냈다.

한편의 비극적 현실 막장 드라마는 선배 배우들이, 그리스 비극 메데이아의 코러스는 후배들이 맡은 식이다.

어찌 보면 코러스는 대학 극, 본편은 극단 작은신화의 '믿을지 모르겠지만' 같은데 정세라, 김기준 등 배우들의 화력들이 분위기를 뚫고 극 중 장면들을 토해내는 감정으로 끌고 가는 게 상당하다.

연극 '한 가족 이야기' 공연 후 커튼콜 모습. 사진=김건표 교수.
연극 '한 가족 이야기' 공연 후 커튼콜 모습. 사진=김건표 교수.

어찌 됐든 연극은 이런 구조로 큐빅 박스 몇 개가 유일한 소품이자 오브제로 활용되고 있다.

그리스 비극 '메데이아'로 시작한다.

자식을 죽인 어머니의 신화가 소환되고 메데이아의 비극을 메타적으로 활용해 폭력과 아동학대가 대물림되는 한국 사회 한 가족의 비극사로 전환된다.

여기에 가정폭력으로 죽은 한태웅(김기준 분) 딸의 망령을 그림자처럼 등장시켜 복수의 플롯을 더했다.

대물림되는 폭력과 학대로 죽은 딸 자야는 진실을 은폐할 수 없는 시간의 기억이자, 복수의 화신이다.

연극 '한 가족 이야기'는 80대 아버지 한태웅의 폭력으로 대물림되는 한 집안의 폭력과 아동학대, 그 이상의 학대와 폭력으로 가족의 수면 아래 가려진 죽음, 비밀을 은폐하고 대물림되는 가족의 시간은 작품이 종점으로 향할수록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로 전이돼 진다. 사진=김건표 교수.
연극 '한 가족 이야기'는 80대 아버지 한태웅의 폭력으로 대물림되는 한 집안의 폭력과 아동학대, 그 이상의 학대와 폭력으로 가족의 수면 아래 가려진 죽음, 비밀을 은폐하고 대물림되는 가족의 시간은 작품이 종점으로 향할수록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로 전이돼 진다. 사진=김건표 교수.

무대 분위기는 현대극과 마스크로 인물화를 하는 고대 그리스 비극 두 편을 동시에 상영하는 분위기다.

80대 아버지 한태웅의 폭력으로 대물림되는 한 집안의 폭력과 아동학대, 그 이상의 학대와 폭력으로 가족의 수면 아래 가려진 죽음, 비밀을 은폐하고 대물림되는 가족의 시간은 작품이 종점으로 향할수록 가해자이면서 피해자로 전이돼 진다.

때로는 죽음을 은폐하는 방관적 태도로 가족의 비극사를 두고 추악한 인간의 욕망과 민낯들이 밝혀지는 것도 비극적이지만 메데이아보다도 더한 막장의 초 비극으로 향한다.

재산 다툼으로 구역질 나는 막장을 보이고 둘째 딸 한춘희(정세라 분)는 아버지 세대의 폭력적 가족사가 대물림되어 ‘성공한 의사’이면서도 아버지 재산 앞에서 인간의 추악성을 드러낸다.

그녀의 딸 지유도 신생아인 딸 가람에게 약을 먹이고 죽게 하는 장면, 자신도 흉부를 찔러 죽어가고 망자가 된 자야의 복수의 망령이 깃든 듯 아버지의 숨통을 끊어놓는 셋째 아들, 장례식장에서 살해한 아버지의 죽음을 은폐하는 가족들의 뻔뻔한 밑바닥 욕망을 드러내는 장면에서는 섬뜩한 전율의 전류가 흐른다.

연극 '한 가족 이야기'의 커톤콜에서 크로스로 걷고 있는 극단 작은신화 젊은 단원들. 사진=김건표 교수.
연극 '한 가족 이야기'의 커톤콜에서 크로스로 걷고 있는 극단 작은신화 젊은 단원들. 사진=김건표 교수.

마지막 장면은 코러스들이 가족사의 비밀을 유추할 수 있는 '아동학대로 멍이 든 채 쓰레기봉투에서 발견된 4세 아이의 뉴스 속보 장면 사이로 아들 태식과 죽은 망령 자야의 대화 장면'이다.

“이제 끝났어. 이제 그만 가도 돼.”라며 죽은 망령 자야를 달래고 자야는 “끝나지 않았잖아. 아직 네가 살아있잖아. 그러니까 난 떠나지 않을 거야. 난 네 옆에 계속 머무를 거야. 언제든, 어디서든 우린 항상 함께야. 난 사라지지 않아”라고 말한다.

'한 가족 이야기'는 세련됨은 없지만 투박하면서도 '전쟁음악'부터 공간의 용도를 활용할 줄 아는 최용훈 표 연극성이 있다. 최용훈 연출가. 사진=김건표 교수.
'한 가족 이야기'는 세련됨은 없지만 투박하면서도 '전쟁음악'부터 공간의 용도를 활용할 줄 아는 최용훈 표 연극성이 있다. 최용훈 연출가. 사진=김건표 교수.

'한 가족 이야기'는 세련됨은 없지만 투박하면서도 '전쟁음악'부터 공간의 용도를 활용할 줄 아는 최용훈 표 연극성이 있다.

그 연극성에 화력을 높이는 배우들이 김기준, 정세라 같은 배우들이고 첫째 딸 한춘애, 아들 이승현, 망령 전다운, 이모로 분한 강진선 등이 '한 가족 이야기'를 이루고 있다. 메데이아를 끌고 가는 김민진 등 젊은 단원들도 역할에 충실하다.

 

 

김건표(연극평론가 / 대경대학교 연기예술과 교수)

 

 

 

 

 

스마트경제 복현명 기자 hmbok@dailysma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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